단 바람을 졸여 시럽을 만들겠는 그런 바람.
전공의 1년차 물꼬 식구 하나가 보낸 문자가 아침을 열어주었다.
‘소아과 돌면서 느끼는 거지만
건강하게만 자라도
참 효도하는 거다 싶어요.’
우리 건강합시다려.
아이들을 지키는 것에 바로 그 건강권을 지켜주는 것도 큰 부분.
잘 먹이고 제대로 먹이고, 그것은 공기와 환경도 포함하는 것.
우리가 지구를 지켜야 하는 큰 까닭 하나라.
아침 10시, 보은취회에서 차를 내다.
그늘에서 시작한 찻자리는
나중에는 차양을 옮겨와 그늘을 지어 계속되다.
방석을 챙겨가 서너 시간 꼼짝 않고 앉았음직하게 자리를 잡았다.
양편에서 유연샘과 흐물샘이 시동으로 바라지를 해주었는데
한 사람은 물을 챙기고, 다른 편에서는 다포며 다식이며를 챙기고.
한쪽에서는 현철샘이 다식용으로 빙어를 튀기고.
“이런 호사스런 다식은 생전 처음이네요.”
사람들의 감탄.
곧 갈무리 모임을 하다.
이번행사의 중심이 되는 어제 흙날 저녁과 밤의 공연이 너무 준비 없고 성의 없다는 혹평도 있었던 반면
그 틀 없음이 보은취회의 특색이지 않은가 하며 그 자연스러움이 좋더라고도.
형식을 잘 갖추지 않더라도 촘촘하게 애쓰는 것은 필요하겠더라.
헐렁함이 준비 없음에서 오는 게 아니라 준비를 통해 그것을 만들어내면 좋겠다고나 할까.
그런 것 있잖은가,
아이들이 매우 자유롭다고 느끼지만 사실 그 뒤 어른들의 배후조종이 있더라는 그런 것 마냥.
찻자리를 물리고 사람들이 일어서고도
아이들 몇이랑 그 자리에서 놀았다.
함께한 이틀 가운데 이 순간으로 올 보은취회가 기억될 듯.
수박을 잘라 음료를 만들고,
소꿉을 살았네.
6월 말간 하늘 아래 단 바람이 불고
아이들이랑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동학세상을 나는 거기서 누리고 있었더라.
우리는 내년에도 만나자고 하였는데...
보은취회는 누구 하나 잘 나서 되어가는 게 아니다.
물론 축이 되는 이가 있어야겠지만,
그 뜻 자체가 너무 좋아서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그런데 특정 사람 때문에 또한 흩어지기도 쉬운 게 사람들인 거라.
물꼬는 누구 때문이 아니라 다만 그 뜻에 동참하고 있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