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의 날’ 맞이준비 마지막 날.
오늘의 중심은 기숙사와 학교 해우소(본관 초벌은 이미 앞서 했고) 청소,
아침뜨락 둘러보며 마지막 손가기(풀정리 포함), 그리고 장보기,
라고 써두었는데...
햇발동 장판을 깔고 동이 터서야 잠자리에 든 간밤,
아침을 좀 천천히 열겠다 했더니 웬걸,
새벽부터 트랙터로 삼거리밭의 로터리를 치기로 한 이가 전화를 넣어 일으켰다.
두어 시간 뚝딱 밭이 갈렸다.
달골 기숙사의 마지막 이불을 빨았다, 학교는 일찍이 끝냈고.
햇발동과 창고동 청소를 마쳤고.
이번에는 미취학아동이 없어 큰 어르신들 몇 분만 묵으실 듯.
(나머지 사람들은 계자처럼 학교에서.)
한 사람이 묵더라도!
굳건히 구석구석 먼지를 터는 물꼬의 정성이라.
아침뜨락에 다른 일은 못해도 달못 아래 대나무 수로만큼은 손을 보아야지.
멧돼지가 뒤집어놓고, 그 위로 그들이 다시 또 헤집어놓은 곳.
대나무 수로라면 돌을 쌓아 야트막한 계단을 층층이 만들고 커다란 대나무 절반을 쪼개 이은.
그 아래쪽 실도랑도 쑥대밭이었다.
물은 흐르도록 해두어야지.
뭉개진 수로 너머 바깥지대로 물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종일 시간을 들이지도, 또 깔끔하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정리는 될 수 있게 돌들을 들어내고 다시 쌓고, 드디어 연결!
달골을 지키는 난나와 티쭈가 섰는 뽕나무를 휘돌며
실도랑의 물이 제 길을 찾아 흘렀다.
아고라의 돌계단 아래 역시 멧돼지가 패놓은 돌들이 너저분했다.
물길까지 정비하진 못해도
널린 돌들을 바위 아래로 밀어 넣다.
예취기가 쳐낸 풀도 미처 긁지 못한 곳들 여럿이었다.
밥못과 대나무기도처 둘레, 지느러미길이며 풀 긁고,
아침뜨락을 나와서는 기숙사둘레 풀을 긁다.
아래 학교에서는 마지막 예취기가 돌아가고.
점주샘과 종종거리고 있는 사이
옥수수를 쪄내온 현철샘이었네.
시험 치기 전의 초치기 마냥
달골을 마지막으로 보이는 대로(눈에 걸리는 대로) 훑는다.
아, 어제 심은 모종들 물을 주어야지,
명상돔 그늘막을 치고,
아직 현장이 끝나지 않았던 ‘구두목골 작업실’도 오늘쯤은 정돈이 되어야지,
미궁의 계단 기둥도 다시 튼튼히 박아야 했고,
아, 미궁 남쪽 울의 측백 한 그루가 두어 가지 말라 흉측했는데, 잘랐다.
모이기로 한 사람들이 먹을거리들을 잘 나눴는지라
나머지 몇 가지는 들어오는 누군가에게 맡겨도 되련만
김치를 담글 생각하니 장을 봐야겠다 하였네.
낼 아침 면소재지에 달려 나갈 수도 있으나
아무래도 마음 바쁘겠구나 하고.
결정을 하고 황간 식자재마트까지 점주샘이랑 바삐 차를 몰아서 나간 게 21시.
밤 10시 문 닫기 얼마 전이었다.
우리가 나오자 불이 꺼졌더라.
그제야 주차장에 철퍼덕 앉아 점주샘과 숨을 돌렸더랬네.
돌아와 짐을 부리고, 식단을 점검하고.
윤지샘의 문자가 들어왔다.
‘요즘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복숭아를 꼭 보내고 싶었는데
시간이 이렇게나 지나버린 걸 몰랐’다고
‘여러 고민 하다 오늘 저녁에라도 다녀가’며 봉투 놓고 오고 팠단다.
하지만 그러면 여기가 부산할까 싶더라고
‘영혼으로 5명 보냅니다.’ 했다.
재작년에 서현샘과 용욱샘이 영혼참가 길을 내놓으니 여럿들이 또 이리 쓴다.
연어의 날 참가는 진즉에 마감을 하였는데,
군복무 중인 윤호샘이 참가가 가능하냐 뒤늦게 물어왔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외박을 내서 오겠다는데야!
‘이 편애를 어이할꼬:)
어여 조용히 오시라!’
그리고 덧붙였네.
‘알지? 내가 면회 가기 전에는 제대를 못하심!’
‘그렇담 이번이 면회인 걸로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멀리 장성의 세아샘네도 이번에 걸음 못하는 대신
마트를 하는 희중샘 편에 과일을 보낸다고,
또 다른 몇도 먹을거리를 그쪽으로 주문하기도.
그런 이어짐이 고마웠더라.
아, 우리 내일 모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