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팠다.
물꼬의 농사란 게 겨우 텃밭농사 얼마쯤이고,
그것조차 수확물이 극히 낮다.
비료나 농약을 치지 않는다고 천연재료를 잘 만들어 쓰는 것도 아니다.
겨우 겨우.
좋게 말해 자연농법이라 하자.
방치에 가깝게 씨를 뿌리고 거두는.
감자는 매해 심는데,
겨울계자를 건너갈 때까지는 잘 먹는다.
양으로서도 보관 상황으로서도 봄까지는 무리(우리 참 혹독한 긴 겨울을 나는).
어떨 땐 참 미련하다 싶고, 돈으로 사는 게 낫다 싶고,
그러나 이것조차 안 하고 멧골에 사나 싶고, ...
그런데 물꼬의 일이란 게 돈 너머, 시간 너머에 있는 일들.
그래서 또 감자를 놓고 키우고 거둔다.
언제 비 왔더냐 싶게 날이 쨍쨍했다, 아침만 해도 젖었는데.
6월 어른의 학교 여는 날, 바느질.
기차를 타고 움직였는데,
다섯 시간 가까이 인형 몸통의 창구멍으로 솜만 집어넣었네.
얇게 넓게 착착,
사포로 잘 다듬은 나무젓가락 한 개 혹은 두 개짜리로 밀어 넣다.
인형 피부결이 곱도록, 매끈하도록.
처음엔 피부가 울퉁불통해 결국 다시 죄 끄집어내 다시 작업하기도.
그리고 인형 옷 만들기.
그것도 옷이라고 재단이 필요하고.
이것을 해보면 저게 필요해지고, 그래서 또 저걸 익히게 되는데,
공부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오래 전부터 생각했는데 양장을 좀 배워도 좋겠네 하고 있음.
그간은 그저 주먹구구로 필요할 때마다 적당히 줄이거나 덧대거나 늘여 입었는데.
아이들에게도 배움이 이렇게 확장되는 과정이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