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27.불날. 맑음

조회 수 390 추천 수 0 2023.07.31 14:08:58


감자를 팠다.

물꼬의 농사란 게 겨우 텃밭농사 얼마쯤이고,

그것조차 수확물이 극히 낮다.

비료나 농약을 치지 않는다고 천연재료를 잘 만들어 쓰는 것도 아니다.

겨우 겨우.

좋게 말해 자연농법이라 하자.

방치에 가깝게 씨를 뿌리고 거두는.

감자는 매해 심는데,

겨울계자를 건너갈 때까지는 잘 먹는다.

양으로서도 보관 상황으로서도 봄까지는 무리(우리 참 혹독한 긴 겨울을 나는).

어떨 땐 참 미련하다 싶고, 돈으로 사는 게 낫다 싶고,

그러나 이것조차 안 하고 멧골에 사나 싶고, ...

그런데 물꼬의 일이란 게 돈 너머, 시간 너머에 있는 일들.

그래서 또 감자를 놓고 키우고 거둔다.

 

언제 비 왔더냐 싶게 날이 쨍쨍했다, 아침만 해도 젖었는데.

6월 어른의 학교 여는 날, 바느질.

기차를 타고 움직였는데,

다섯 시간 가까이 인형 몸통의 창구멍으로 솜만 집어넣었네.

얇게 넓게 착착,

사포로 잘 다듬은 나무젓가락 한 개 혹은 두 개짜리로 밀어 넣다.

인형 피부결이 곱도록, 매끈하도록.

처음엔 피부가 울퉁불통해 결국 다시 죄 끄집어내 다시 작업하기도.

그리고 인형 옷 만들기.

그것도 옷이라고 재단이 필요하고.

이것을 해보면 저게 필요해지고, 그래서 또 저걸 익히게 되는데,

공부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오래 전부터 생각했는데 양장을 좀 배워도 좋겠네 하고 있음.

그간은 그저 주먹구구로 필요할 때마다 적당히 줄이거나 덧대거나 늘여 입었는데.

아이들에게도 배움이 이렇게 확장되는 과정이었으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74 2020. 8.27.나무날. 갬 옥영경 2020-09-17 368
673 2020. 5. 8.쇠날. 맑음 옥영경 2020-08-07 368
672 2023학년도 2월 실타래학교(2.3~6) 갈무리글 옥영경 2024-02-13 367
671 2024. 1.26.쇠날. 맑음 / '1001' 옥영경 2024-02-08 367
670 2024. 1.24.물날. 맑음 / 탁류, 그리고 옥구농민항쟁 옥영경 2024-02-07 367
669 2024. 1.15.달날. 맑음 옥영경 2024-01-29 367
668 2023. 7.24.달날. 비 갠 오후 옥영경 2023-08-05 367
667 2023. 7.14.쇠날. 비 옥영경 2023-08-03 367
666 2022. 9. 9(쇠날)~12(달날). 대개 흐렸으나 한가위 보름달 보다 / 한가위 연휴 옥영경 2022-09-30 367
665 2022. 7.25.달날. 젖은 땅 말리는 해 옥영경 2022-08-06 367
664 2022. 3.15.불날. 맑음 옥영경 2022-04-05 367
663 2022. 1.30.해날. 맑음 옥영경 2022-02-24 367
662 2021.11.29.달날. 맑음 / 김장 첫날 옥영경 2021-12-30 367
661 2021.11.21.해날. 흐림 옥영경 2021-12-24 367
660 2021. 9. 1.물날. 비 / 공동의 경험 옥영경 2021-10-21 367
659 2021. 3. 9.불날. 뿌연 하늘 옥영경 2021-04-22 367
658 2020.12.31.나무날. 해 짱짱한 낮, 늦은 오후의 눈발, 그리고 훤한 달 옥영경 2021-01-18 367
657 2020.10.27.불날. 맑음 / 마음을 내고 나면 옥영경 2020-11-30 367
656 9월 예술명상 나흘째, 2020. 9.25.쇠날. 맑았다가 흐려가는 오후 옥영경 2020-11-12 367
655 2024. 3.19.불날. 진눈깨비 날린 이른 아침 옥영경 2024-04-09 36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