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29.나무날. 밤 억수비

조회 수 439 추천 수 0 2023.07.31 14:11:37


억수비를 건너 야삼경 대해리로 들어오다.

 

아침, 이즈음 보기 드문 아침 하늘이었다.

어른의 학교 사흘째.

일행들과 경포 앞바다에서 해를 건질 참이었으나

이즈음 아침해 보기 힘들 거라고 이른 아침을 모두 포기했다.

그래도 혹시나 04:30 선교장을 나와 경포호를 걷기 시작,

해변에 닿았고, 동해에 떠오르는 늦은 해를 보았네.

걸었던 호수 반대편으로 이동해 경포호 올랐다가 다시 선교장.09시 선교장을 감싼 둘레길을 걸었다.

낮밥을 먹고 지역의 공방 사람 몇 만나고.

어디에나 사람 살고, 어디서나 열심히들 산다.

사람의 일이 그러하다.

다만 살 일이다.

 

돌아오는 먼 걸음 삼척도 들렀다 오다.

관동팔경 가운데 제일로 치는 죽서루,

팔경이 모두 바다를 낀 것과 다르게 강을 끼고 있다.

암반을 그대로 살려 그 위에 지은 정자는

열일곱 기둥 길이가 다 다르다.

국가보물 지정을 염원하고 있다는데,

누정이 돋보이려면 그것이 잘 쓰이는 게 제일일 거라.

소리 한 자락했고,

이후 공연을 추친키로 한다.

 

진쥬관 듁서루 오십쳔 나린 믈이 태백산 그림재를 동해로 다마가니...

진주관(객사) 죽서루 아래 오십천의 흘러 리는 물이 태백산의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니...

- 정철의 관동별곡에서.

 

해지는 추암 촛대바위에도 들렀다.

비가 추적거리기 시작했다.

촛대바위 보이는 곳에는 김홍도의 금강사군첩 능파대 그림이 있었다.

그 양반 참...

장르에 구애받지 않은 한 천재의 삶을 생각해보네.

내려와 정면 3, 측면 2칸의 벽체가 있는 정자 북평해암정을 보고

이미 어둑한 데 올라보지 않을 수가 없었네.

그 안에 들어 어둠이 짙어질 때까지 앉았다.

안전한 고요는 평화를 부르기 마련.

3칸으로도 삶이 충분할 터인데

갈수록 가진 게 많아지는 우리 삶이라.

 

그곳 읍내 다이소에서 물꼬에서 들일 두어 가지 장을 보다.

비가 굵어졌다.

걸음 서둘렀으나 창대비에 차가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른의 학교와 함께 강원 경북 물꼬 인연 여섯 식구들과 모임이 있었더랬다.

모두 안전히들 가셨는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34 12월 9일, '대륙보일러'에서 후원해온 화목보일러 옥영경 2004-12-10 3576
6633 2007.11.24-5. 흙-해날. 맑음 / 김장 옥영경 2007-12-01 3549
6632 신길샘, 그리고 경옥샘과 윤희샘 옥영경 2003-11-27 3311
6631 2019. 3.22.쇠날. 맑음 / 두 곳의 작업현장, 아침뜨樂과 햇발동 옥영경 2019-04-04 3266
6630 대해리 바람판 12월 2일 불날 옥영경 2003-12-08 3190
6629 122 계자 사흗날, 2008. 1. 1.불날. 햇살 속으로도 눈발 날리다 옥영경 2008-01-05 3061
6628 2020. 3.24.불날. 맑음 옥영경 2020-05-03 2920
6627 용달샘네 갔던 날 옥영경 2003-12-08 2896
6626 아리샘 옥영경 2003-11-28 2880
6625 11월 17 - 23일 옥영경 2003-12-08 2848
6624 물꼬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3-12-08 2841
6623 126 계자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8-24 2809
6622 아이들 살림이 늘다 옥영경 2003-12-10 2801
6621 2011. 4.10.해날. 자정께 비 옥영경 2011-04-18 2773
6620 물꼬 식구들 숯가마 가던 날 옥영경 2003-12-08 2751
6619 물꼬에 사는 아이들 옥영경 2003-12-08 2751
6618 입학원서 받는 풍경 - 하나 옥영경 2003-12-08 2705
6617 에넥스 부엌가구 옥영경 2003-12-20 2686
6616 2007. 6.23.흙날. 차츰 흐리다 저녁 창대비 / 시카고행 옥영경 2007-07-02 2680
6615 우리들의 일어샘 고가 스미코, 5월 12일 옥영경 2004-05-12 266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