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2.해날. 갬

조회 수 357 추천 수 0 2023.08.01 00:24:52


이틀 쉬어가는 비에다 해까지 나서

빨래는 거뜬히 말리겠거니 했더니 웬걸,

걷다보니 꿉꿉했다.

다시 건조대에 널어 방으로 들여 선풍기를 돌리다.

 

풀이 걸어갔다. 따라갔다.

한 발 앞이었는데 두 발 세 발 자꾸 간극이 커졌다.

뛰어갔다 여전히 멀었다.

그냥 앉아서 매기로 했다.

겨울에 놀 거니까

그때까지 앉아서 날마다 계속 매기로 한다.

그렇게 오늘은 오늘의 풀을 잡았다.

잔디 사이 자란 풀들을 잡았다.

숨바꼭질처럼 재밌지는 않았지만

잇새 낀 이물질처럼 뽑자 시원했다.

 

현철샘이 들어와 아침뜨락 잔디들에 비료를 좀 뿌리다.

특히 그늘이 많이 드리워져 힘을 못 쓰는 아고라 쪽.

나뭇가지를 잘라주는 게 먼저일 텐데

그 손은 오늘도 닿지 못하였네.

맨날 보고도 그걸 못하는 일이 흔하다.

톱이 잘 들지 않아서도 미룬 일.

손이 잡히는 정도의 굵기야 꺼끌거리는 톱으로도 그리 힘이 들지 않겠지만...

요새는 톱을 잘 갈아들 쓰지 않는다.

그런데 비닐하우스 창고에 녹슬거나 안 들어 쌓인 톱이 족히 열은 되겠다.

... 안 해 본 일인데, 톱을 가는 것도 익혀야 될세...

 

해날은 해날로 좀 쉬어가자. 밀린 일은 늘 있다.

7월에는 어른의 학교 두세 건과 강연 한 건과 집안행사 하나,

그리고 많은 시간은 계자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챙길.

물론 풀과 풀과 풀 속에서 풀과 오래 싸우고 가끔 화해하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594 2024. 2.10.해날. 힘찬 해 / 설 옥영경 2024-02-13 424
6593 2024. 2. 8~9.나무~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3 386
6592 2024. 2. 7.물날. 어렴풋한 해 옥영경 2024-02-13 378
6591 2023학년도 2월 실타래학교(2.3~6) 갈무리글 옥영경 2024-02-13 331
6590 실타래학교 닫는 날, 2024. 2. 6.불날. 비, 그리고 밤눈 옥영경 2024-02-13 375
6589 실타래학교 사흗날, 2024. 2. 5.달날. 서설(瑞雪) 옥영경 2024-02-13 330
6588 실타래학교 이튿날, 2024. 2. 4.해날. 갬 / 상주 여행 옥영경 2024-02-11 343
6587 실타래학교 여는 날, 2024. 2. 3.흙날. 저녁비 옥영경 2024-02-11 343
6586 2024. 2. 2.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38
6585 2024. 2.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39
6584 2024. 1.31.물날. 안개 내린 것 같았던 미세먼지 / 국립세종수목원 옥영경 2024-02-11 325
6583 2024. 1.30.불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27
6582 2024. 1.29.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2-11 318
6581 2024. 1.28.해날. 구름 좀 옥영경 2024-02-11 329
6580 2024. 1.27.흙날. 흐림 / 과거를 바꾸는 법 옥영경 2024-02-08 355
6579 2024. 1.26.쇠날. 맑음 / '1001' 옥영경 2024-02-08 337
6578 2024. 1.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07 348
6577 2024. 1.24.물날. 맑음 / 탁류, 그리고 옥구농민항쟁 옥영경 2024-02-07 331
6576 2024. 1.23.불날. 눈 / 끊임없이 자기 해방하기 옥영경 2024-02-07 320
6575 2024. 1.22.달날. 맑음 / 포트락 옥영경 2024-02-07 32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