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본관 앞 감나무 둘레 잡초를 뽑고,

달골에서는 해바라기 모종을 심었다.

진즉에 심었으면 벌써 제법 굵었을 테지, 아니 꽃도 피워 올렸을. 지난 일이다.

묵은 씨앗이었다.

모종판에서 떡잎을 내고 올라왔다.

학교의 빨래방 안에 두고 물을 주고 있었다.

연어의 날전에 여기저기 가장자리에다 심을 참이었다.

날이 갔다. 날만 흘러갔다.

연어의 날도 끝나고 7월이 왔고 거의 열흘이 흘렀다.

이제야 끌고 올라와 아침뜨락의 지느러미길 옆으로,

또 아침뜨락을 빠져나오는 룽따 아래 길 가장자리를 따라 심어나갔다.

책임지지 않는 사람의 무심함처럼 살라면 살고 죽을라면 죽고

다소 그런 마음도 없잖아 있으면서.

얼른 마음을 수습하였네. 잘 살아보자, 잎을 피워보자, 꽃을 피워보자 했다.

 

현철샘이 달골에서 이웃집 일을 한다, 어제부터.

늘어지지 않게 늦더라도 오늘 마무리를 짓는다던데.

야외데크 작업 중.

어제도 새참을 내주었고,

오늘도 부추전과 참외를 내주다.

일은 아랫집에서 하는데, 새참은 윗집에서 오네요.”

뭐 누가 내든. 뭐 누구네 일이든.

그 댁이 살림을 하고 사는 집이 아니라 가끔 들리는 별장인데다

먹는 일이 그리 알차지 않다길래.

 

 

엄마는, 내 늙으신 엄마는, 얼토당토 않는 낱말을 뱉고는 하셨다,

무식하게? , 좀 무식하게.

거기다 그 낱말들은 좀 어려운 한자였고,

굳이 그 말 말고 쉬운 말로 그냥 하시면 되는데,

그예 그 낱말을 어울리지 않게 꼭 내놓으셨다.

그건 꼭 한자말로 하겠다는 의도로 가진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당신이 알고 있는 낱말이었고, 그게 제 쓰임을 좀 벗어난.

그 낱말은 맥락이 없기 일쑤고,

그래서 앞뒤의 말을 듣는 것으로 당신 말의 뜻을 알아들었다.

나도 엄마가 되었고, 나이 먹고, 늙어간다.

그야말로 As I grew older, I grew weaker and sicker.

... 자주 말문이 막힌다. 억울하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저 낱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러다 다른 낱말을 튀어나올 때도 있다.

입 밖으로 나온 낱말은 뜬금없기도 하고, 한참 멈췄다 그 말을 기억해 나오기도 하고,

심지어 아주 생각이 안나 말을 접기도 하고.

어릴 적 외할머니랑 오래 살았다.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르자면

딸들인 이모들 첫째부터 막내까지 다 부르고 날 부르셨다.

엄마가 되고 엄마를 이해한다, 라는 말은

주로 자식을 키워보며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뜻으로 주로 쓰이는데,

, 그건 나이를 먹고 그 나이를 이해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였고나.

불쌍한 우리 엄마야들...

이제라도 어머니한테 잘 좀 하자 싶어도

우리는 또 금세 잊어버리고 말거라...

올해 물꼬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정신 차리고!’를 되새기나니.

 

, 상담메일 하나에 긴 답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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