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해가 났다. 짱짱했다.

살아라고 한다. 그렇게 또 우리는 살아갈 것이다.

길이 무너지거나 휩쓸려가고, 옹벽 축대 집이 무너지고, 지하도가 잠기고,

사망자와 실종자 소식이 연신 전해지는 가운데,

무탈함을 다행이라 말하기 민망하지만 우리는 살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또 삶이 계속되는.

 

잊을 만하면 다시 빗방울 떨어지고 비 내리다.

훤하게 날이 밝은 채 여우비로 다녀가기도.

아침뜨락을 시작으로 달골부터 둘러보았다.

물이 할퀴고 간 자리가 험했다.

고맙게도 어디로 물길을 또 내면 되겠구나, 넘친 물과 밀린 흙들이 알려주고 있었다.

나오는 걸음에 꽃그늘길 아래를 지나는데,

, 능소화가 피었더라. 이 험악한 날씨에도 그들이 활짝 피었더라.

비의 날들에도 선명한 원추리꽃들이, 동양백합 향기가 위로이더니

이 아침 해와 함께 능소화로 위로 되었다.

 

계자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때.

이번 주말 강릉에서 강연도 있고,

다음 주에 집안 행사 하나와 청계도 있지만

대부분의 움직임은 계자로 수렴될.

교무실 책상에 앉는 것도 아침마다.

마침 들어와 있는 메일 하나 연다.

초등 2학년인데 어린 친구들도 무리 없이 참가할 수 있는가,

지켜보신 바로는 어떤지 궁금하다는.

전화보다 메일(혹은 누리집 게시판의 '묻고답하기')이 소통에 더 원활한 이곳에

메일로 물어주신 것도 퍽 반가웠네.


가장 어리게는 언니 오빠를 따라 막내가 다섯 살에 왔던 적도 있답니다.

저희도 상황이 어렵지 않을까 말렸는데, 아이에게 가방 둘러주고 등 떠밀어 보냈던 부모님이셨지요.

물꼬에 대한 믿음이 고맙기도 했던.

중간에 데리고 가십사 할 수도 있다 전했고,

다행히 그 아이는 무사히 엿새를 잘 보내고 갔더랍니다.

 

일곱 살도 1, 2학년들도 와서 잘 지내는 편입니다.

쓰고 있는 지금 계자 내내 눈물짓던 일곱 살 아이도 생각납니다.

잘 때마다 업어서 재웠더랬지요.

그래도 엿새를 같이 잘 보내고 돌아갔답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아는 것과 다른 면들을 가지고 있고,

또한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번 계자에는 그 댁 아이와 같은 두 명의 2학년이 있고,

1학년도 한 명 있군요.

1학년은 일곱 살에 오빠를 따라 왔던 아이이고,

2학년 둘은 처음 오는데, 언니 오빠와 함께 신청을 했네요.

 

용기 내 물꼬를 보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좀 더 짧은 일정을 찾아 다른 캠프라도 보내보시라 권합니다.

가끔 집을 떠나 보는 게 어른들에게도(아이를 멀리 보내보는) 아이들 편에서도 좋더군요.’

 

이번 계자에 연이 닿지 않는다면

멧골 책방이나 빈들모임에 아이랑 같이 한번 오십사 덧붙이기도.

 

그리고 

힘이 든다는 새내기 직장인 그대에게.

- 해가 났다. 대홍수 같아도 해가 난다. 그 볕에 다 내다 말려야지.

- 피곤해서 그럴 거다. 사람이 잠 못 자는 데는 장사 없다.

그대가 좀 부주의한 데가 있기도 하지만 다른 걸 가졌잖아.

- 넘들도 실수를 하지, 안 보이는 거임.

- 우리는 날마다 나아진다. 나아간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94 계자 열 이틀째 1월 16일 쇠날 옥영경 2004-01-17 2304
6593 1대 부엌 목지영샘, 3월 12-13일 옥영경 2004-03-14 2298
6592 [2018.1.1.해날 ~ 12.31.달날]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18-01-23 2295
6591 노래자랑 참가기 옥영경 2003-12-26 2294
6590 KBS 현장르포 제3지대랑 옥영경 2004-03-24 2293
6589 3월 15-26일, 공연 후원할 곳들과 만남 옥영경 2004-03-24 2291
6588 '서른 즈음에 떠나는 도보여행'가 박상규샘 옥영경 2003-12-26 2275
6587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267
6586 가마솥방 옥영경 2003-12-20 2266
6585 6월 17일, 쌀과 보리 옥영경 2004-06-20 2255
6584 대해리 마을공동체 동회 옥영경 2003-12-26 2247
6583 입학원서 받는 풍경 - 둘 옥영경 2003-12-20 2247
6582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넷 옥영경 2004-04-28 2243
6581 3월 2일 예린네 오다 옥영경 2004-03-04 2232
6580 4월 10일 흙날, 아이들 이사 끝! 옥영경 2004-04-13 2229
6579 3월 4일 포도농사 시작 옥영경 2004-03-04 2227
6578 3월 4일 포도밭 가지치기 다음 얘기 옥영경 2004-03-09 2226
6577 물꼬 미용실 옥영경 2003-12-20 2220
6576 6월 14일 주, 아이들 풍경 옥영경 2004-06-19 2218
6575 2004학년도 학부모모임 길을 내다, 3월 13-14일 옥영경 2004-03-14 221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