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18.불날. 비

조회 수 374 추천 수 0 2023.08.03 01:53:54


비는 내리는데, 투명한 주황빛이 저녁을 메우고 있었다.

창으로 들어오는 빛 말고 실제 그 빛을 보기 위해

마당에 내려섰다.

저녁이 내리듯 구름 속에 가린 석양일 것이었다.

신비로웠다.

이럴 때 뭔가 좋은 일을 만날 것 같은 예감이라고 말하기도 하겠다.

 

비는 내리는데 우중충하지는 않았다.

훤했고, 소나기로 내리다가 그었다가 다시 추적거리는 비였다.

비 때문에, 비 덕분에 마을 형님네와 찻자리가 만들어졌다.

너나없이 손을 보태

고구마샐러드도 만들고, 채소를 채썰고 드레싱을 얹고,

빵을 굽고, 마침 생긴 낫또도 나오고,

그렇게 낮밥 한 끼들 먹었다.

창대비 내리는 처마 아래였다.

긴 비가 바깥일을 멈추게 한 멧골 풍경 하나였다.

 

이번 계자에 품앗이 샘들 자리가 성기다. 아직 시간은 남았지만.

적으면 적은 대로 속틀을 잘 짜면 될 일이기도.

하지만 낡은 공간의 불편을 샘들의 손발로 메우는 이곳이라

아무래도 붙는 샘들 고생이 클.

그런데 휘향샘이며 윤지샘이며 태희샘이며 해찬샘이며

어떻게든 붙어보려고들 자신들의 일정을 밀고 당기고 하는 중.

계자는 우리들(자유학교도들?)의 부흥회라고들 농을 하고는 한다.

물꼬 바깥식구들이 그때 만나기도.

오늘은 계자에 올 수 있겠다는 휘향샘의 연락을 받네.

반갑고 고맙고 기뻤다!

재작년 혼례를 올린 뒤로 만나지 못했더랬다.

지난 계자 때는 천연염색 명상용 방석을 네 개나 보내 힘을 보태왔던 그라.

어여 오시라.

 

며칠 전 어르신 한 분의 옷을 마련해드렸다.

작년 여름에 뭐 입었지?”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도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 하하.

철마다 옷을 사기 위한 쇼핑을 간다는 엄마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많은 옷 브랜드가 최대 40%까지 과잉 생산하고 있고,

전국에서 모이는 헌옷이 1년에 30만 톤이 넘는단다.

분류한 뒤 90%는 해외로, 2%는 국내 중고매장으로, 나머지 8%는 대부분 소각.

가장 간편하면서 가장 많은 양을 처리하고 있는 방법이 태우는 것.

비행기가 날아다니면서 배출되는 총 탄소의 양보다

의류 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훨씬 많다.

의류 산업은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불리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

불필요하게 많이 만들면서도 탄소가 나오는데, 그걸 치우는 때도 마찬가지인.

해외로 수출됐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저개발 국가엔 소각장이 없으니까.

그러다 보니 매립이 되고 있고.

분해가 안 되면서 미세플라스틱화 되는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 옷 좀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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