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24.달날. 비 갠 오후

조회 수 322 추천 수 0 2023.08.05 02:30:26


밤새 잠으로 빗소리가 들었다.

아침만 해도 창대비 소리가 잠을 흔들었다.

일어나자마자 아침수행도 밀쳐두고 나갔다.

아침뜨락에 들어 밥못에서 달못으로 내려오는 두 물관 가운데

밥못 바닥과 연결된 밸브를 잠그다,

밥못이 넘쳐 다 열어두었더니 바닥을 보이려 하기.

이것을 열고 닫으며 장마를 지나가고 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로 금세 또 찰 것이니 그땐 또 열어두기.

 

면사무소 다녀온다.

새로 물꼬 영역으로 들어온 삼거리집’(일단 이리 부른다)에 딸린

5백여 평 되는 밭을 빌려 콩을 심었다. 좀 늦게 심긴 하였으나,

새들이 쪼아 먹고, 그나마 떡잎 난 것도 고라니가 온통 끊어먹었던.

마을의 한 형님 댁은 세 차례나 콩을 놓았다지.

우린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었네.

그 밭도 농지대장을 만들어야 해서 서류 처리하러 다녀오다.

간단하게 몇 자 쓰면 되는 줄 알고 5시가 넘어 갔다.

...

내 사정과 형편이 있다면 그의 사정도 있을 테지.

6시가 다가오고 그들은 퇴근이 앞일 테다.

미안한 마음이. 내 일만 바빠 가지고는 그리 여유 없이 갔고나...

 

이번 계자 품앗이샘들 자리가 성기다 소문냈더니

여러 샘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시간들을 밀고 당기고 있었다.

아리샘도 출장 가기 전 며칠을 냈다고 연락을 해왔네,

저마다 삶이 있고 살아낼 일들이 있을 것을

모다 고맙다.

그렇게 물꼬는 또 여름을 건너간다.

 

신위를 2개 만들게 됐다. 간밤에 하다가 멈춰둔 일.

뭐가 필요하다고 살 생각도 잘 안하지만 바쁘게 쓸 일 있어.

두텁고 빳빳한 종이로 만들었다.

받침대 위로 살짝 기울기를 주었다.

나무처럼 칠도 하였네. 설핏 보면 나무같이도 보이는.

이런 것도 작은 자립의 삶 같아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76 3월 15-26일, 공연 후원할 곳들과 만남 옥영경 2004-03-24 2248
6575 계자 열 이틀째 1월 16일 쇠날 옥영경 2004-01-17 2248
6574 노래자랑 참가기 옥영경 2003-12-26 2246
6573 KBS 현장르포 제3지대랑 옥영경 2004-03-24 2244
6572 6월 17일, 쌀과 보리 옥영경 2004-06-20 2235
6571 [2018.1.1.해날 ~ 12.31.달날]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18-01-23 2232
6570 가마솥방 옥영경 2003-12-20 2231
6569 '서른 즈음에 떠나는 도보여행'가 박상규샘 옥영경 2003-12-26 2228
6568 대해리 마을공동체 동회 옥영경 2003-12-26 2213
6567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넷 옥영경 2004-04-28 2210
6566 3월 2일 예린네 오다 옥영경 2004-03-04 2197
6565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195
6564 3월 4일 포도농사 시작 옥영경 2004-03-04 2194
6563 입학원서 받는 풍경 - 둘 옥영경 2003-12-20 2194
6562 6월 14일 주, 아이들 풍경 옥영경 2004-06-19 2193
6561 4월 10일 흙날, 아이들 이사 끝! 옥영경 2004-04-13 2193
6560 3월 4일 포도밭 가지치기 다음 얘기 옥영경 2004-03-09 2188
6559 2017. 2.20.달날. 저녁답 비 / 홍상수와 이언 맥퀴언 옥영경 2017-02-23 2187
6558 6월 14일, 유선샘 난 자리에 이용주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19 2184
6557 글이 더딘 까닭 옥영경 2004-06-28 218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