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다고 오늘의 날씨를 썼지만 가끔 먹구름이 하늘 일부를 덮었다.
할까 말까 하는 말처럼, 그러다 결국 거둔 말처럼
비가 내릴 듯도 내릴 듯도 하다가 말다.
사흘째 비 예보 있었으나 그냥 지났다.
내일도 보자,.. 비 잡혀 있는데.
기온은 35도를 꼭 붙들고 있기 한 주 내내다. 폭염 경보 중.
한낮에는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쉬어가면서 그늘에서 할 일들을 챙긴다.
계자 준비주간 닷새째.
달골을 나서기 전 아침뜨락 현판 아래 안내지를 갈다.
비에 젖고 볕에 바래 너덜거렸다.
아침뜨락 공간 안내와 사람들과 나누고픈 문장을
다시 쓰고 걸었다.
그런 건 눈에 보이는 대로 해야.
일로 삼자면 다른 큰일들에 밀리니.
부엌곳간과 선반 청소.
김치통들 정리. 장봐 온 것들이 들어갈 공간을 확보해야 하니.
합하거나 먹을 차례를 정하거나.
비상용 물통을 씻고 물 갈아두고.
학교 본관 뒤란 풀들을 모두 쳤다,
엄마들이 보내는 반찬목록이 들어왔고,
맞춰서 장을 볼.
식재료 재고를 확인하고, 그래야 장을 볼 때 규모가 정확해지는.
바쁠 땐 눈으로 후루룩 읽고 나가거나, 그것도 못하고 갈 때도 있다.
일을 너무 그리 밀고 가면서 하면 이제는 힘이 든다.
그래서 미리미리 조금씩 챙겨주고 확인해두고.
식자재마트에서 오래 봤던 일꾼,
“선생님, 이것들 음식은 누가 해요?”
“엄마들도 하고 저도 하고...”
“의외의 모습이시네요. 요리도 하시는구나...”
하하, 나 밥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매우 오래 해왔다.
이번 계자에도 밥바라지다. 미리모임부터 이레.
나흘째는 윤실샘이 들어와 손 보태기로.
아찔했다!
계자 장을 보고 밤 10시에야 들어왔는데,
짐을 부리자말자 삼거리집 냉장고에 몇 가지를 넣으러 학교아저씨도 동행해서 갔다.
간 걸음에 얼음각에 있는 잘 언 얼음을 보고는
비닐팩에 챙겨 넣고 각에는 다시 물을 채워 넣고 나왔다.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다.
가마솥방으로 돌아오자 학교가 떠나갈 듯한 굉음이 들리고 있었다.
뛰어 들어갔다.
냉장고 위 벽선풍기가 압력관처럼 덜덜덜덜덜 금세 터질 듯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얼른 꺼보니 날개가 두 개가 없다.
부엌 바닥에서 찾았다.
아, 사람이 없었기 망정이지!
거기 그 선풍기 걸린 게 20년은 족히 되지, 아마.
안녕, 한 생 잘 살았네, 애썼으이.
마침 컨테이너 창고에 벽걸이 선풍기라고 쓴 상자를 기억해내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물꼬에서 끊임없이 하는 이 말은 정리라.
우리가 잘 정리하는 것은 그걸 잘 쓰기 위해서.
얼마 전 컨테이너 창고를 정돈했던 덕에 금세 필요한 걸 챙겨왔더랬네.
새 거다. 물꼬에서 ‘새 것’은 얼마나 귀한지.
다시 몸서리친다. 사람이 있었더라면...
장 본 식재료들 쓰기 편하게 자리잡아주기,
그 사이 보이는 일들 챙겨가면서.
열두 시가 되며는 문을 닫는다,
하지만 닫히지 못한 가바솥방이었네...
밤 10시는 넘기지 않겠다 계획하지만
막판이 되면 이렇게 돼버리더라.
모다 아이들을 잘 맞이하고 싶은 마음인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