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17.나무날. 맑음

조회 수 520 추천 수 0 2023.08.19 13:09:51


엊그제 수련이 피었다.

작은 뿌리 하나 와서 잎을 내고 자라고 마침내 꽃 피다.

명상정원 들어서는 지느러미길 양쪽에 커다란 수반 있고,

오른쪽 수반에 핀 수련이다. 고와라. 고마워라.

핀 지 얼마라고 벌써 꽃 가장자리가 타들어가는 듯하네.

수반의 물이 뜨거워서도 그렇겠고나.

물을 갈아주다.

 

습이라는 거 참...

집에서는 화장실에서 화장지를 쓰지 않는다.

뒷물을 한다. 그러니 화장지 대신 수건이 걸려있다.

세상이 좋아 대야로 씻어야 하는 건 아니고

벗이 비데를 선물해주었더랬네.

그렇지만 방문하는 이들도 있고, 주말에 가족들이 오기도 하니

화장지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걸려는 있다.

계자를 하는 동안 학교에 내려가 있으니 화장지를 썼더랬다.

계자 전에도 끝나고도 여러 날 교무실이 잠자리였으니

열흘을 넘게 머물렀던.

돌아오고서, 화장실에 들어가 화장지부터 손에 돌돌 말고 있더라. 아차!

몇 차례 그러기를 반복한 뒤에야 다시 수건이 자연스러워졌다.

습이란 게 바꾸지 어렵다지만 또한 쉬운 거라.

몇 번 해보면 되는!

그러니 아이들에게 좋은 습을 가르치는 것도 매한가질 거라.

아이들은 더 쉬 받아들이니.

문제는 바꾸려는 그 마음일 터.

그 마음이 있고, 몇 번의 실패를 지나고, 그러다 되는 때가 있는 거라.

그 되는 때 사이 실패를 또 듬성듬성 지나 그예 습이 될 거라.

 

책을 읽다가 내가 잘 쓰지 않는 낱말을 발견하고는 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단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그 낱말을 배우는 일이 반갑다.

맥락으로 낱말 뜻이야 짐작하지만 사전을 찾아보게 된다.

오늘 맏물이 그러하였다.

그해 들어 맨 먼저 나온 푸성귀나 해산물 또는 곡식 과일.

공장에서 맨 먼저 나온 제품도 그리 일컬을.

종교적으로는 아주 익숙했던 용어였던 듯하다.

성경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행하는 의식에서 등장하는.

집에서 첫째가 맏이, 짐승의 첫 번째 새끼가 맏배인 걸 생각하면 낯선 말도 아닌.

그 반대인 끝물이 흔히 쓰이는 것에 견주어 다만 덜 쓰였다 싶은.

새로 지은 옷을 입고 빨 때까지의 동안을 뜻하기도 하는 첫물

내게는 맞물보다는 더 익은 표현이었나 보다.

 

학교 욕실에서 어제 못다 빨았던 신발들에서 남았던 것들 솔질하고,

어제 삼거리밭에서 주워냈던 돌무더기를 좀 옮긴 뒤 도시로 나가다

치과치료를 받기로 한.

나가는 차량 있어 그 편에 나가자니 돌아오기도 밤늦을 거라.

해서 가방에 작업할 것들 챙기고.

11시도 못돼 치료가 끝나고, 마침 바로 곁에 스터디카페가 있었네.

들은 바야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카페에서 일했으면 길게 앉았는 대신 두서너 차례 음료를 샀을 것인데,

, 이건 새 세계였네.

예전 독서실 같은 곳.

한 층은 아주 고요해야만 하는 층, 다른 층은 조금 더 자유로운.

관리인은 없고, 앱으로 다 되는. 곳곳에 안내문이 붙어져 있고.

휴게실에 커피를 내리는 것에서부터 온갖 음료와 간식, 그리고 싸온 도시락을 넣을 수 있는 냉장고까지 제공하는.

그리 넉넉하게 해놓으니 이용자들이 외려 덜 먹는 속성도 있는 듯.

입장료만 내면 원없이 먹는 딸기밭 포도밭에서 의외로 그리 많이 못 먹는다고 하듯.

담요도 있고, 독서대도 있고, 충전기며 잡다한 일용품들도 구비된.

낮밥도 저녁밥도 곁에 있는 편의점에서 챙겼다.

떡볶이도 물 부어 돌려 먹을 수 있고, 각종 밥이 줄지어 있는,

들은 바 있고 모르지 않았는데도 놀라운.

그런데 저녁밥으로 먹은 끼니(삼각김밥)가 역시나 속이 불편했다.

니글거린다고 하는. 김치를 같이 사서 먹었는데도.

역시 나는 어려운 일이었네.

여튼 그 시간이 이 시대 청년들의 수험생활을 짐작케 했더라.

욕본다, 그대들!

 

한두 시간은 값이 조금 더했으나 10시간 1만원.

도시로 나갈 땐 한 번씩 이용할 만하겠더라.

달골 닿고 보니 밤 1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914 2008. 3.29.흙날. 흐리다 저녁에 비 옥영경 2008-04-12 1353
913 144 계자(봄 몽당계자) 이튿날, 2011. 4.23.흙날. 바람 많은 하루, 그리고 흐려지는 밤 옥영경 2011-05-05 1353
912 2011. 6.17.쇠날. 흐려가다 밤비 / 보식 5일째 옥영경 2011-07-02 1353
911 3월 31일까지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12-03-07 1353
910 5월 24일 불날 옷에 튄 물도 금방 마르네요 옥영경 2005-05-27 1354
909 2005.12.9.쇠날.맑음 / 나는 야생 숲을 선택했다 옥영경 2005-12-13 1354
908 2006.11. 1.물날. 맑음 옥영경 2006-11-02 1354
907 [바르셀로나 통신 2] 2018. 2. 7.물날. 맑음 / You'll never walk alone 옥영경 2018-03-12 1354
906 2006. 9.19.불날. 맑게 개다 옥영경 2006-09-21 1355
905 2007.12.2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7-12-31 1355
904 9월 5-7일, 형길샘 머물다 옥영경 2004-09-16 1356
903 어, 빠진 10월 26일 불날 흐림 옥영경 2004-10-30 1356
902 4월 15일 쇠날 그만 눈이 부시는 봄꽃들 옥영경 2005-04-19 1356
901 2006.5.16.불날. 맑음 옥영경 2006-05-19 1356
900 2007. 4.18.맑음. 목련 이제야 벙그는 산골 옥영경 2007-04-27 1356
899 2008.12. 8.달날. 질퍽거리는 길 옥영경 2008-12-26 1356
898 4월 17일 해날 꽃 지네, 꽃이 지네 옥영경 2005-04-23 1357
897 7월 31일 해날 한창 더위 옥영경 2005-08-01 1357
896 108 계자 여드레째, 2006.1.9.달날. 녹아드는 언 땅 옥영경 2006-01-10 1357
895 2006.12.17.해날. 눈 / 학술제가 있는 매듭잔치 옥영경 2006-12-25 135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