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수련이 피었다.
작은 뿌리 하나 와서 잎을 내고 자라고 마침내 꽃 피다.
명상정원 들어서는 지느러미길 양쪽에 커다란 수반 있고,
오른쪽 수반에 핀 수련이다. 고와라. 고마워라.
핀 지 얼마라고 벌써 꽃 가장자리가 타들어가는 듯하네.
수반의 물이 뜨거워서도 그렇겠고나.
물을 갈아주다.
습이라는 거 참...
집에서는 화장실에서 화장지를 쓰지 않는다.
뒷물을 한다. 그러니 화장지 대신 수건이 걸려있다.
세상이 좋아 대야로 씻어야 하는 건 아니고
벗이 비데를 선물해주었더랬네.
그렇지만 방문하는 이들도 있고, 주말에 가족들이 오기도 하니
화장지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걸려는 있다.
계자를 하는 동안 학교에 내려가 있으니 화장지를 썼더랬다.
계자 전에도 끝나고도 여러 날 교무실이 잠자리였으니
열흘을 넘게 머물렀던.
돌아오고서, 화장실에 들어가 화장지부터 손에 돌돌 말고 있더라. 아차!
몇 차례 그러기를 반복한 뒤에야 다시 수건이 자연스러워졌다.
습이란 게 바꾸지 어렵다지만 또한 쉬운 거라.
몇 번 해보면 되는!
그러니 아이들에게 좋은 습을 가르치는 것도 매한가질 거라.
아이들은 더 쉬 받아들이니.
문제는 바꾸려는 그 마음일 터.
그 마음이 있고, 몇 번의 실패를 지나고, 그러다 되는 때가 있는 거라.
그 되는 때 사이 실패를 또 듬성듬성 지나 그예 습이 될 거라.
책을 읽다가 내가 잘 쓰지 않는 낱말을 발견하고는 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단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그 낱말을 배우는 일이 반갑다.
맥락으로 낱말 뜻이야 짐작하지만 사전을 찾아보게 된다.
오늘 ‘맏물’이 그러하였다.
그해 들어 맨 먼저 나온 푸성귀나 해산물 또는 곡식 과일.
공장에서 맨 먼저 나온 제품도 그리 일컬을.
종교적으로는 아주 익숙했던 용어였던 듯하다.
성경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행하는 의식에서 등장하는.
집에서 첫째가 맏이, 짐승의 첫 번째 새끼가 맏배인 걸 생각하면 낯선 말도 아닌.
그 반대인 ‘끝물’이 흔히 쓰이는 것에 견주어 다만 덜 쓰였다 싶은.
새로 지은 옷을 입고 빨 때까지의 동안을 뜻하기도 하는 ‘첫물’이
내게는 맞물보다는 더 익은 표현이었나 보다.
학교 욕실에서 어제 못다 빨았던 신발들에서 남았던 것들 솔질하고,
어제 삼거리밭에서 주워냈던 돌무더기를 좀 옮긴 뒤 도시로 나가다.
치과치료를 받기로 한.
나가는 차량 있어 그 편에 나가자니 돌아오기도 밤늦을 거라.
해서 가방에 작업할 것들 챙기고.
11시도 못돼 치료가 끝나고, 마침 바로 곁에 스터디카페가 있었네.
들은 바야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카페에서 일했으면 길게 앉았는 대신 두서너 차례 음료를 샀을 것인데,
와, 이건 새 세계였네.
예전 독서실 같은 곳.
한 층은 아주 고요해야만 하는 층, 다른 층은 조금 더 자유로운.
관리인은 없고, 앱으로 다 되는. 곳곳에 안내문이 붙어져 있고.
휴게실에 커피를 내리는 것에서부터 온갖 음료와 간식, 그리고 싸온 도시락을 넣을 수 있는 냉장고까지 제공하는.
그리 넉넉하게 해놓으니 이용자들이 외려 덜 먹는 속성도 있는 듯.
입장료만 내면 원없이 먹는 딸기밭 포도밭에서 의외로 그리 많이 못 먹는다고 하듯.
담요도 있고, 독서대도 있고, 충전기며 잡다한 일용품들도 구비된.
낮밥도 저녁밥도 곁에 있는 편의점에서 챙겼다.
떡볶이도 물 부어 돌려 먹을 수 있고, 각종 밥이 줄지어 있는,
들은 바 있고 모르지 않았는데도 놀라운.
그런데 저녁밥으로 먹은 끼니(삼각김밥)가 역시나 속이 불편했다.
니글거린다고 하는. 김치를 같이 사서 먹었는데도.
역시 나는 어려운 일이었네.
여튼 그 시간이 이 시대 청년들의 수험생활을 짐작케 했더라.
욕본다, 그대들!
한두 시간은 값이 조금 더했으나 10시간 1만원.
도시로 나갈 땐 한 번씩 이용할 만하겠더라.
달골 닿고 보니 밤 11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