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먹거리들이 좋다.
쪄서 얼린 옥수수를 꺼내 쪄먹고,
오이고추를 양파와 썰어 된장에 무쳐내고
가지가 넘쳐 쪄서 무치고, 썰어 볶아두기도.
어제 담은 파김치를 냈고, 얼마 전 담은 오이김치도 맛이 아주 잘 들었다.
파를 데쳐 초고추장에 비비기도.
고추장물(고추다짐이라고도. 다진고추와 멸치와 마늘을 집간장 넣고 볶은)도 꺼내 비벼먹다.
계자 때 아이들도 한번 멕이자 싶더니
그러기엔 온 반찬도 준비한 반찬에도 밀려 내놓을 데가 없었던.
달걀 하나씩 부쳐 올리고.
‘멧골책방’ 중.
밥 때만 맞추고,
모든 걸 편히 하다.
이것도 좋더라, 서로!
차를 움직일 수 있다면 민주지산 들머리 물한계곡 쪽을 다녀오는 것도 좋은.
황룡사 출렁다리 지나 계곡을 타고 얼마쯤 걸어가다 평상에 앉아보시라 권함.
물꼬의 일상은 일상대로 돌아가고.
나무바구니며 나무꽂이며 젓가락이며 푸르스름하게 곰팡이들이 펴 있었다.
젖은 날이 많았던 여름이니까.
모다 솔로 씻어 건져 말리다.
빨래방의 풀을 매고 있었더니 이러저러 사람들이 붙다.
읽으라는 책 대신 풀을 읽었다.
어느새 그친 비에 저녁 해가 아직 남았는데,
저녁 모기가 서둘러 달겨들고 있었다.
모기기피제를 뿌려가며 풀을 매다.
명상이고 수행이었다.
그러다 우리가 읽어왔던 책들을 나누었네.
아, 멧골 책방이구나.
이른 저녁을 먹고 갈 사람들 가고 남을 사람 남고.
오전 학교 예취기가 사택 둘레를 돌았다.
학교아저씨한테 일렀다, 늘 시작은 사택부터 하십사.
사는 곳부터, 내 둘러싼 공간부터 정리고 청소고 풀이고 해나가자고.
어라, 예취기가 또 안된다네. 그제 중고로 샀다, 면소재지 농협 농기구수리센터에서.
낼 아침 나가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