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28.달날. 흐림

조회 수 486 추천 수 0 2023.09.05 00:00:14


책장에서 조너선 코졸의 책을 하나 꺼내들다; <젊은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

오래된 책이어도 2000년대 나온 책들은 편집이 읽기 편한.

악동 다스리는 법,의 꼭지를 보다가

그러나 승리는 승리입니다.’라는 문장 앞에 섰다.

한 교사가 말썽꾸러기랑 관계가 깊어감에 따라 아이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더 길고 더 조리 있는 문장을 노트에 적기 시작한 대목이었다.

그 아이 학업 향상이 남은 초등 4년 동안 지속된다 해도

그 아이가 보호가 덜한 중학교라는 새로운 세계로 옮겨갔을 때 처하게 될 위험은 늘 존재하니까요.’

그 다음이 바로 승리는 승리라는 문장이었다.

승리는 승리다.

우리는 작은 승리에 지나치게 우쭐하는 것도 경계해야겠지만

반대로 또 그것을 너무 하찮게 여기는 경향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작은 승리가 쌓여 큰 승리가 된다.

특히 특수아동(이때는 물론 장애아를 말한다)은 

성취의 경험이 주는 영향이 비장애아보다 크다.

성공한 경험들을 쌓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어디 장애아만 그런가, 어디 아이들만 그런가, 우리 역시.

나는 밥을 할 수 있고, 청소를 할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다.

이만만 해도 스스로 칭찬할 수 있다.

오늘 그대의 작은 성공을 축하함!

(그 꼭지의 내용은, 반항아들이 모두 천재아는 아니지만

교사들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면,

또 아이들의 말에 주의를 기울일 시간을 학교가 허락한다면,

그리고 교사가 아이들과 신뢰와 유대감을 쌓는다면,

이 아이들 대다수가 천재적인 재능을 보일 거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런 축복은 한 쪽에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양쪽 모두에게 일어난다.)

 

 

해건지기.

올해 수능을 치는 12학년들을 위한 대배도 챙기기.

여원이와 건호와 무량이, 그리고 상촌 도영이, ....


08시 면소재지 농기계 수리센터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거기부터.

예취기 멜빵을 하나 구해 달라 했고 구했다하기 들리기로 한.

벌써 줄을 선 사람들.

서너 대의 예취기와 엔진톱을 고치는 걸 들여다보다.

이거는 영동(읍내) 가셔야 돼!”

여기는 보건지소란다. 큰 병원 가야한다고. 아하!

예취기는 대개 청소가 다였다.

에어 컴프레셔로 불고 털고, 클리너를 뿌리고 다시 조립하면 대체로 돌아가는.

오늘은 엔진톱 죄는 걸 눈여겨보았네.

예취기 날을 셋 사서 일어났다.

 

휘발유도 필요했다.

주유소에는 주로 아줌마가 나와 있는데, 아저씨가 있었다.

저 뒤에서 아줌마가 불렀다.

복숭아 좀 가져갈랴?”

상처 난 복숭아들.

이제 마지막이여.”

끝물이었다.

마을 안에서 복사농사를 짓던 이가 세상을 떠나고,

해마다 상처 난 것들을 계자 때 들여 줘서

아이들도 실컷 먹고 잼도 만들고 통조림도 만들었던 시간도 떠났더랬다.

누군가 가고 누군가 남듯

그렇게 또 이곳 복숭을 맛보네.

냉장고에서 미처 먹지 못하고 있던 복숭이랑 합쳐 잼을 만들자 한다.

 

돌아와 욕실부터 들여다보다.

오늘은 화장실 쪽을 손댔다.

화장실 팬을 닦고, 전등갓을 빼서 씻고, 벽을 닦고.

나머지 벽은 학교아저씨께 부탁하네.

언제 비가 오거나 하면 들어와 잠깐 하십사.

 

비가 잡힌 오늘인데 흐리기만 했다.

삼거리밭에 예취기를 돌리다.

천천히 하는 일이라, 밭이 넓기도 하고, 오늘은 3분의 1.

내일도 비 소식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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