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 맑지는 않았으나 그런대로.
학교 마당에 오늘도 예취기 돌아갔고, 풀을 긁었다.
달골에도 사이집 마당에는 잔디깎기가.
오가는 길들에는 예취기가 돌아갔다.
제 머리 안 좋은 것에 좌절한다는 젊은 친구에게
답메일을 하나 보내려던 일이 여러 날 흘러가버렸다.
‘뭐 방법이 없다, 하는 수밖에.’
그런 말들이 맴돌고 있다가,
그것을 저라고 모를까 싶었고,
무슨 말로 그의 마음을 좀 북돋을 수 있으려나 흐른 시간이었다.
오늘 프랑스 에세이들을 보다가
오래된 책 알랭의 <교육에 관한 프로포>의 한 꼭지를 읽었다.
그에게 보내줘야지 싶더라.
‘남이 판단하는 만큼이나 무능하더라도 차례를 밟아 나아가고 기만 꺾이지 않는다면, 기하학을 마스터하지 못할 사람이 있겠는가?’
차이를 짓는 것이 기억력이고, 기억력이 하나의 타고난 재능일 수 있지만
사람은 다 자기가 열중하는 일들에서는 충분한 기억력을 보여주고 있다.
‘...기억력은 공부의 조건이 아니고 오히려 공부의 결과라고 나는 믿는다. 수학자의 기억력에 나는 탄복하고 또 부러워하기조차 한다.
그러나 이는 바로 그가 한 것처럼 내가 내 음계 연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이다.
... 맞춤법이건 번역이건 셈이건, 기분을 이겨내는 것이 문제이고, 마음먹기를 배우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허니 좋은 기분을 유지하려고 애쓰시라 했다.
기분이 나아져야 뭘 하려는 마음이 생기지.
기분이 나아질 것들에 대해 찾아보시라.
그리고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했다.
마음에서 뭐든 시작하니까.
그런데, 하면서 마음을 낼 수도 있다.
사람의 마음이란 불과 1분 전에 하늘을 날다 얼마든지 곧 곤두박질도 치니까.
지금 싫은 그 마음을 잠깐만 밀고 일단 해보자고 했다.
그러면 정말 좋아지기도 하니까.
또, 해야 뭔가를 얻으니 하자고 했다.
오늘 나도 글을 쓰기로 한다.
싫은 마음을 밀고 일단 앉고, 앉아 두들기면 뭔가 또 되고,
그러다 안 되면 또 일어섰다 또 앉고, 그렇게 글이 되어갈 것이다.
올해 내는 책의 원고가 진척 없이 날만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