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소식은 있었으나 비껴갔다.
흐리게 시작한 하루였으나 금세 해나고
오후 잠시 구름이 끼나 했더니 또 맑아진.
올해 내려는 책은 삽화가 대략 결정돼 있었다.
오랜 세월 물꼬와 연을 맺어온, 인근 도시의 화가 한 분이 재능기부를 하기로 한 것.
물꼬에서 하는 교육이야기가 주제,
거기 물꼬의 풍경들이 담길 테고, 그걸 어반스케치로 담아주시기로.
지난해 낸 책에서부터 같이 작업을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이번 책에 더 어울리겠다는 출판사의 판단이 있었던.
어제 샘플 원고 한 부분에 들어갈 물꼬 사진을 몇 장 보내드렸고,
당장 시도한 그림이 오늘 왔다. 좋더라.
그게 또 글쓰기를 추동하게 한다. 써야지!
황궁다법 시연에 썼던, 일부 빌려왔던 다구를 돌려주러 갔다.
황궁다법을 같이 공부했던 분이다. 차생활을 몇 십 년 해오신.
시연 영상을 보여드렸다. 한소리 들었다.
시연을 하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도를 가져야지,
차를 두 번째 낼 때 바삐 내느라 다법을 지키지 않고 내는 대목을 두고 한 말씀이었다.
“이렇게 하면 황궁다법도 뭐도 아니지.”
아무것도 아니라는 비판을 듣고
그저 흘려듣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
나아질 거라거나,
당신도 뭘 그리 아는 건 아니지 않느냐거나,
황궁다법계가 무법천지인데다 시간이 흘러오며 변화도 있지 않았느냐,
그리 중차대한 내 영역이 아니라서거나 하는
여러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마땅한 비판이라고 받아들여진 부분도 있었을 테고,
잘 듣고 나의 다음 걸음을 가면 될 것 아니겠는가, 그런 마음으로 모아지기도 했던 모양이다.
스러져가고 있는 황궁다법을 지켰고,
많이 잊혔을 텐데 그래도 해냈고,
자료를 찾아 공부도 좀 하였고,
그런 긍정도 있었다.
그걸 더 봐주기로 한다.
가을에도 시연을 해주십사 초대를 받아놓고 있다.
계속하며 다듬어갈 테다.
면소재지에 찻집이 셋이나 새로 생겼다.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큰 길에서 보이는 건 그랬다.
이 지역 아니라도 넘치게 생기는 커피집들이다.
머잖아 2차선 도로가 생긴다고 한다.(이 도로의 끝은 민주지산에 막힌다)
하여 건물들이 헐리고 도로로부터 더 안으로 들어가 지어지고 있었다.
“옥선생님 카페 내셨다면서요?”
이건 또 무슨?
“공부방 선생님이 냈다 그래서...”
물꼬에서 일한 적 있는 이들이 지역에서 공부방을 하면서 카페도 내게 되었나 보다.
육십 중반을 지나는 여자 분도 오전에는 다른 일을 하시며 카페를 냈다.
혼자 몸이 되면서 친구 따라 이 지역으로 들어오신 게 벌써 30년이 다 돼 가는.
백세 시대에 인생 2분기를 준비한다고들 하더니...
응원하고 싶었다. 들러 좌석배치를 도와드리고 왔다.
언제 짬을 내서 작은 소품들도 만들어드리고 싶었다.
비슷한 시기에 이 골짝으로 들어와 보낸 긴 시간에 대한 동병상련의 마음이 있었을 듯도.
늘 그러저러 살아도 뭔가 또 새로운 일들을 맞고 새날을 맞고,
우리 모두 그리 살아간다.
모두의 삶을 응원함.
가을학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