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5.불날. 맑음

조회 수 358 추천 수 0 2023.09.19 23:55:43


짧은 해건지기를 하고, 아침뜨락으로 예취기를 들고 들어가다.

옴자의 둥근 한 부분으로 가서 돌렸다.

겁이 많아 여간해서 혼자 하지 않으려는데,

일이란 게 해보면 싱겁기까지 한 경우가 흔하다.

대개 마음이 일을 가로막고 선.

해야지 싶어서 했고, 하니 되었다. 그것도 쇠날 아니라 줄날이니 위험도도 아주 낮은.

1시간만 돌려야지 했는데, 잡으니 또 두 시간이 훌쩍 넘었다. 이걸 경계함.

팔이 얼얼했다.

그래서도 식구들이 예취기까지는 돌리지 말라 잔소리들을 하는.

이 가을 예취기를 천천히, 2시간이 넘지는 않도록 작업코자 한다.

낫으로 풀을 베는 것에 견주면 호미와 트랙터 차이 같은 거라.

낫 호미 손을 쓸 곳은 그것대로 또 있는.

 

언니, 밥 먹으러 와.”

전할 말이 있어 한 연락에 그가 말했다.

밥 때가 되어서 인사치레로 하는 그의 말이 아니었다.

안 올 줄 알고 하는 말도 아니었다.

지금 밥 먹을 건데, 찬이 어떻든 상황이 어떻든

그야말로 숟가락 하나 얹으면 된다는 그 격의 없음이 고마웠다.

오늘 그 말은 마음을 놓이게 하는말이었다.

마음에 다소 무겁게 걸린 일이 있었는데 덜어진. 그와 관련된 일이 아니었는데도.

마을부녀회의 젊은 친구다. 가깝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기분 좋은 이웃으로 마음이 덩달았다.

내 말이 누군가에게 마음이 놓이는 말이었으면.

그런 말은 진정성을 업고 오겠고나.

 

학교는 마을 안에서 섬 같은 곳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농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어 그럴 수도.

마을 소식에 더디기 일쑤다.

할머니 한 분이 다리를 다쳐 40일 만에 퇴원하셨는데,

아직 불편하시다는 소식.

밥이라도 한 끼 들여 드려야지, 아니 일단 얼굴부터 뵈러 가야겠네.

청소도 좀 해드리고 설거지도 하고, 필요한 게 무언가 살펴드리고.

덕분에 그 하루 사람노릇 하는 하루이겄다.

 

918일에 올해 내는 책 샘플원고를 마감키로 해놓으나 날에 바쁘다.

실제 진도는 나가지 못하고 마음만 나간다.

그래도 오늘은 억지로 억지로 한 꼭지를 썼다.

그러니까 반을 한 거지. 시작이 반이니까.

쓰기도 어려웠고 읽어보기도 어려웠다.

쓴 글도 저 혼자 숙성기간이 필요하다. 내일 다시 보기로.

시작했으니 되어갈 테다, 고 믿기로 한다. 되겠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322 10월 빈들 닫는 날, 2022.10.23.해날. 뿌연 하늘 옥영경 2022-11-12 306
6321 2023. 1.16.달날. 흐림 옥영경 2023-02-11 306
6320 2023. 2.16.나무날. 흐리다 오후 눈싸라기 / 설악산 소청산장 옥영경 2023-03-15 306
6319 2023. 3.17.쇠날. 흐려가는 오후 옥영경 2023-04-05 306
6318 2023. 5. 3.물날. 맑음 옥영경 2023-06-08 306
6317 2020. 7.23.나무날. 비 옥영경 2020-08-13 307
6316 2021. 4.18.해날. 맑음 / 이레 단식수행 닫는 날 옥영경 2021-05-14 307
6315 2021. 5.1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1-06-14 307
6314 2021. 9. 7.불날. 비 오다가다 옥영경 2021-10-28 307
6313 2021.10.11.달날. 비 옥영경 2021-12-08 307
6312 2022. 5. 8.해날. 구름 조금 옥영경 2022-06-15 307
6311 2022. 5.16.달날. 맑음 옥영경 2022-06-16 307
6310 2022. 5.27.쇠날. 맑음 옥영경 2022-06-24 307
6309 2022. 6.18.흙날. 맑음 옥영경 2022-07-09 307
6308 2022.11. 1.불날. 맑음 옥영경 2022-11-28 307
6307 2022.11.20.해날. 맑음 옥영경 2022-12-16 307
6306 2023. 3. 8.물날. 맑음 옥영경 2023-03-29 307
6305 2023. 6.20.불날. 흐림 옥영경 2023-07-24 307
6304 2023. 7.21.쇠날. 살짝 찌푸린 맑음 옥영경 2023-08-04 307
6303 2020. 5. 6.물날. 맑음 옥영경 2020-08-07 30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