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5.불날. 맑음

조회 수 482 추천 수 0 2023.09.19 23:55:43


짧은 해건지기를 하고, 아침뜨락으로 예취기를 들고 들어가다.

옴자의 둥근 한 부분으로 가서 돌렸다.

겁이 많아 여간해서 혼자 하지 않으려는데,

일이란 게 해보면 싱겁기까지 한 경우가 흔하다.

대개 마음이 일을 가로막고 선.

해야지 싶어서 했고, 하니 되었다. 그것도 쇠날 아니라 줄날이니 위험도도 아주 낮은.

1시간만 돌려야지 했는데, 잡으니 또 두 시간이 훌쩍 넘었다. 이걸 경계함.

팔이 얼얼했다.

그래서도 식구들이 예취기까지는 돌리지 말라 잔소리들을 하는.

이 가을 예취기를 천천히, 2시간이 넘지는 않도록 작업코자 한다.

낫으로 풀을 베는 것에 견주면 호미와 트랙터 차이 같은 거라.

낫 호미 손을 쓸 곳은 그것대로 또 있는.

 

언니, 밥 먹으러 와.”

전할 말이 있어 한 연락에 그가 말했다.

밥 때가 되어서 인사치레로 하는 그의 말이 아니었다.

안 올 줄 알고 하는 말도 아니었다.

지금 밥 먹을 건데, 찬이 어떻든 상황이 어떻든

그야말로 숟가락 하나 얹으면 된다는 그 격의 없음이 고마웠다.

오늘 그 말은 마음을 놓이게 하는말이었다.

마음에 다소 무겁게 걸린 일이 있었는데 덜어진. 그와 관련된 일이 아니었는데도.

마을부녀회의 젊은 친구다. 가깝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기분 좋은 이웃으로 마음이 덩달았다.

내 말이 누군가에게 마음이 놓이는 말이었으면.

그런 말은 진정성을 업고 오겠고나.

 

학교는 마을 안에서 섬 같은 곳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농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어 그럴 수도.

마을 소식에 더디기 일쑤다.

할머니 한 분이 다리를 다쳐 40일 만에 퇴원하셨는데,

아직 불편하시다는 소식.

밥이라도 한 끼 들여 드려야지, 아니 일단 얼굴부터 뵈러 가야겠네.

청소도 좀 해드리고 설거지도 하고, 필요한 게 무언가 살펴드리고.

덕분에 그 하루 사람노릇 하는 하루이겄다.

 

918일에 올해 내는 책 샘플원고를 마감키로 해놓으나 날에 바쁘다.

실제 진도는 나가지 못하고 마음만 나간다.

그래도 오늘은 억지로 억지로 한 꼭지를 썼다.

그러니까 반을 한 거지. 시작이 반이니까.

쓰기도 어려웠고 읽어보기도 어려웠다.

쓴 글도 저 혼자 숙성기간이 필요하다. 내일 다시 보기로.

시작했으니 되어갈 테다, 고 믿기로 한다. 되겠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34 2021.10.11.달날. 비 옥영경 2021-12-08 318
6533 2021.10.26.불날. 맑음 / 생의 어떤 순간이 우리를 후려치지만 옥영경 2021-12-15 318
6532 2022.11. 3.나무날. 맑음 / 시도 옥영경 2022-11-28 318
6531 2022.12. 8.나무날. 볕도 좋고 푹한 옥영경 2022-12-29 318
6530 2022.12.27.불날. 맑음 / 떡국떡을 더한 감동 다섯 옥영경 2023-01-08 318
6529 2023. 4. 2.해날. 맑음 / 푸코주의자 옥영경 2023-05-01 318
6528 2023. 2. 6.달날. 맑음 옥영경 2023-03-06 318
6527 2023. 3.15.물날. 바람 / 황태덕장 옥영경 2023-04-04 318
6526 2020. 7. 1.물날. 종일 흐리다 아주 잠깐 해 옥영경 2020-08-13 319
6525 2020. 7. 3.쇠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20-08-13 319
6524 2020. 7. 5.해날. 흐린 속에 안타까운 듯 두어 방울 비 옥영경 2020-08-13 319
6523 2021. 5.1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1-06-14 319
6522 2021. 7. 9.쇠날. 갬 옥영경 2021-08-06 319
6521 2021. 7.13.불날. 맑음 옥영경 2021-08-08 319
6520 2021. 8.28.흙날. 옅은 구름 옥영경 2021-10-21 319
6519 2022. 6.12.해날. 썩 맑지는 않은 옥영경 2022-07-08 319
6518 2022. 7.16.흙날. 흐림 옥영경 2022-08-04 319
6517 2022. 8.22.달날. 맑음 옥영경 2022-09-07 319
6516 10월 빈들 닫는 날, 2022.10.23.해날. 뿌연 하늘 옥영경 2022-11-12 319
6515 2022.11.25.쇠날. 맑음 옥영경 2022-12-24 31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