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6.물날. 맑음

조회 수 469 추천 수 0 2023.09.19 23:58:43


"탁탁탁!"

이맘때면 이 멧골을 온통 그 소리가 채운다.

대개 백로께 터는 호두인데 올해는 비가 많았던 지라 더디다.

면소재지에는 호두 수매를 시작하고 있었다.

우리 밭에도 호두를 털었다. 수확이 여느 해 같지 않았다.


햇발동 오븐에 바게트를 열심히 굽던 여러 해가 있었다.

아이 어릴 적 그가 빵이 먹고 싶으면 어미에게 반죽을 해주고는 했다.

오븐에 문제가 생기고부터 스콘 정도만 구웠다.

그 사이 아이도 커버렸네.

이번 가을학기는 주에 한 차례 빵을 만들기로 한다. 과자포함이다.

오늘은 호두머핀을 굽다.

호두가 많은 마을이라 그 호두 넣어서.

별생각 없이 과자를 만들고 빵을 굽고는 하였는데,

제과와 제빵이 발효유무의 차이였네.

, 과자를 만들 때도 반죽을 냉장고에 넣지 않나. 아하, 그건 휴지기라고 하는구나.

반죽기가 있는 곳이어서 버터 설탕 달걀을 크림상태로 쉬 만들어 일도 아니었더라.

그나저나 카스테라를 만들 때도 설탕덩어리 같아 영 그렇더니, 머핀도 박력분과 설탕이 거의 1:1.

그렇다고 덜 넣으면 또 맛이 안 난단 말이지. 뭐 자주 먹는 건 아니니깐.

구웠다면 식히는 것도 그 시간만큼을 해야겠더라따뜻한 대로 또 맛이 있지만.

반죽하고 예열 오븐에 굽고 식히고, 그게 다다.

양이 제법 많아 몇 곳에 인사를 넣으며 나누다.

다리를 다쳐 오래 앓고 있는 한 할머니 댁에도 들여주다.

설거지를 돕고, 음식물쓰레기를 챙겨나왔더랬다. 쌓이면 얼마나 일이실 것인가.

 

오후에는 농기계수리센터에서 보내다.

기술교육까지는 아니고, 예취기를 좀 잘 써보려고.

우리도 그렇지만 사람들도 예취기들을 고치러 얼마나 다니는지.

부품을 갈고 고치는 거 혼자 해보려고그리 복잡한 구조도 아니니까.

자꾸 보고 안면을 익히고, 그리고 해보면 되는 날도 올.


면소재지에서 두엇의 사람과 부딪혔다.

"물꼬 교장선생님이세요?"

"물꼬를 아셔요?"

"그럼요. 교장선생님 맞으세요? 엄청 유명하시잖아요!"

응?

20년도 더 전에 물꼬에 드나들던 학부모와 동문이라고 했다.

강원도에 사는 그들이 먼 이곳에 와서 서로 만나 놀라고 신기했더라지.

뭐 유명하다기보다 멀리서도 아이를 보내는 친구를 보며 유명한 곳이니 여기까지 오겠지라고 생각했을 법.

모른다는 건 불편치 않으나 유명하다는 건 불편하다.

직접 우리를 설명하기 전 그들이 만든 그 '유명'이 있어서. 

그래서 내 경우에는 굳이 그 '유명'자에게 아는 체하지 않고는 한다.

혹여 상대가 불편할까 봐. 

하기야 유명이거나 무명이거나 그게 또 무어겠는가, 유명으로 밥벌이를 해야만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저 우리 삶을 살기로..

'유명'없이도 나날이 얼마나 빛날 생이런가!

 

올해 내려는 책에 좋은 본보기가 되는 책이 있는데,

그 글의 완성도에 대해 들었더랬다.

한해 내내 적어도 주에 한 차례 블로그에 글을 쓰며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았다고.

한 꼭지를 써놓고 정조차 안가 진퇴양난모양 앉았다가

벗을 귀찮게 하였다. 노안이 먼저 와서 어려움을 겪는 그인데,

글 그런 거 별 안 읽고 싶어하는 그인데...

어거지로 엥기고, 읽어준 그로 글의 고리가 풀렸더라는.

갈수록 다른 이들의 손이 자꾸 필요해지네, 그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14 98 계자 이틀째, 8월 17일 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4-08-18 2060
6513 품앗이 여은주샘 옥영경 2004-02-20 2060
6512 마지막 합격자 발표 2월 20일 쇠날 옥영경 2004-02-23 2057
6511 39 계자 열 나흘째 2월 8일 옥영경 2004-02-11 2054
6510 시카고에서 여쭙는 안부 옥영경 2007-07-19 2053
6509 6월 7일주, 우리 아이들이 한 일 옥영경 2004-06-11 2052
6508 39 계자 이틀째 1월 27일 불날 옥영경 2004-01-30 2051
6507 6월 6일, 찔레꽃 방학을 끝내고 옥영경 2004-06-07 2047
6506 고기 또 먹던 한 날, 5월 16일 옥영경 2004-05-26 2045
6505 8월 1-4일, 배혜선님 머물다 옥영경 2004-08-09 2042
6504 2011. 6.14.불날. 맑음 / 보식 2일째 옥영경 2011-06-18 2036
6503 124 계자 이튿날, 2008. 1.14.달날. 꾸물꾸물 잠깐 눈방울 옥영경 2008-02-18 2033
6502 4월 10-11일, 밥알모임 옥영경 2004-04-13 2032
6501 39 계자 닷새째 1월 30일 옥영경 2004-02-01 2023
6500 8월 23일, 류기락샘 출국 전날 옥영경 2004-08-25 2020
6499 124 계자 사흗날, 2008. 1.15.불날. 맑음 옥영경 2008-02-18 2015
6498 일본에서 온 유선샘, 2월 23-28일 옥영경 2004-02-24 2013
6497 39 계자 나흘째 1월 29일 옥영경 2004-01-31 2011
6496 2009. 7.13.달날. 지난 밤 큰비 다녀가고, 두어 차례 더 옥영경 2009-07-30 2008
6495 39 계자 아흐레째 2월 3일 옥영경 2004-02-04 200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