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밭에 예취기가 돌아갔다.
동네 한가운데 있어서 마을 사람 말고도 다들 아는 밭.
면의 산업계 직원조차, “아, 그 밭요.” 하던.
뭘 키우는 건 둘째 치고 풀은 좀 잡아야 하는.
한켠에 무 배추 쪽파가 잎을 내밀고 있다. 망을 쳐놓았다. 고라니는 막아야지.
절반을 쳤고, 내일 이어가기로.
“이젠 이런 소리를 할 데도 없고, 듣는 사람도 없고...”
평생 소리를 한 이의 한탄이었다.
심청가 가운데 ‘가군의’ 대목.
곽씨부인이 청이를 낳고 세상을 떠나며 유언하는 부분이다.
특히 진양조는 무대에서 부를 일이 퍽 드문 요새 세상의 빠름이라.
평생 먹은 마음이
눈 먼 남편을 봉양하다 혹 남편 먼저 세상 떠나면 초종장사 뒤 따라 죽으리라 했는데,
큰 절들 찾아다니며 사십 이후 낳은 딸을
젖 한번 못 물리고 얼굴도 채 못보고 죽게 된 어미라.
그 소리를 요새 내가 하고 있다. 한다기보다 공부하는 중.
다른 직업을 가진 채 하지만
이걸 업으로 하는 이들의 자리는 갈수록 줄 거라.
어떤 일이나 하면 할수록 그 맛이 깊어질 터인데
소리야 말로 참으로 엄청나다 싶다. 우리 소리(판소리), 참 좋다!
아이들에게 들려줄(가르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기회가 많았으면.
좋은 유산이니까. 예술이니까.
비워둔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하는 일이 생겼다. 담양이었다.
습과 벌레와 어둠, 그리고 첫만남.
상황을 잘 모르기도 했고, 챙겨서 나설 상황이 아니었던지라
그곳 가까이에 있는 농협하나로마트에 들렀다.
시골 면소재지 그런 것 하나쯤은 있어 다행.
불을 켜자 방에 있던 도마뱀이 달아났다.
그래도 화장실은 재래식이 아니라 집안에 있더라.
요새 한 집에 냉장고 두세 대가 예사라더니
그 댁에도 김치냉장고까지는 없어도 큰 것 작은 것 두 대가 있었다.
사온 것들을 정리하고, 쓰레기봉투부터 입을 벌려놓아야 했네.
부엌에서 뭘 좀 챙겨먹으려고 하는 순간부터 비닐을 벗겨야 했으니.
멧골 사는 물꼬라 시골에서 쓰레기 처리가 더 어려운 줄 아는 까닭에
돌아가며 그건 다 실어오리라 하고.
포도 한 송이도 비닐, 떡볶이떡 한 봉지도 비닐, 옥수수알 캔, 식수 패트병, 달걀 종이판, ...
한 사람의 저녁이 그러했다.
내일 아침을 위한 것도 아직 있다. 두부 1모를 싼 비닐팩, ...
‘아, 쓰레기들!’
입이 벌어질 만하다.
새삼 생각한다, 다니지 않는 게 생태적이라.
아니면 이래서도 도시락을 싸야.
잠시 놓치면 어느새 쌓이기 쉬운 쓰레기들이다.
그래서 또 말한다, “정신 차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