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8.쇠날. 맑음

조회 수 426 추천 수 0 2023.09.28 12:00:50


볕 좋다.

빨래 건조대를 꺼내 먼지를 털고 행주며 걸레며 수세미들이며를 널었다.

담양의 한 한옥에서 맞은 아침이었다.

찻방을 치워내고 마당의 수반에 물을 채웠다.

차를 달였다.

소리꾼들이 왔다.

한 분은 모임 때마다 번번이 김치며 반찬을 챙겨온다.

여름 끝물의 고구마순이며 열무며 깻잎이며들이 맛나다.

그리고 또 남도의 김치를 얻어온다.

그곳 말로 징허게 개미지다(게미지다?)’는 김치.

맛나다라는 의미로는 모자란다.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당긴다? 맛이 깊다?

 

볕 좋은 마루에서 소리 연습을 하고,

차를 달여 마시고,

밥을 해서 먹고 돌아왔다.

고속도로에서 두 차례나 사고를 목격했다.

한 번은 그 현장이 채 치워지지 않아 차량 세 대가 찌그러진 걸 보기도.

사람의 일이란, 별일 없음이 자주 고마운.

그대, 안전하시라.

 

오는 길에 속리산 아래 들렀다.

벗이 저녁밥을 내놓았다. 식당이었다.

산채비빔밥을 먹는데, , 병의 뚜껑이 열리며 고추장이 쏟아졌다.

몇 걸음 곁에서 그걸 보았던 일하는 친구가 다가왔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가져다 드릴게요.” 했다.

몸에 밴 친절이었다.

그냥 먹겠다 했다. 밥을 한 공기 더 가져다주었다, “짤 텐데...” 하며.

다시 그곳을 갈 일 있다면 그 식당을 가지 싶다.

기분 좋은 친절이었다.(하기야 친절이란 게 대체로 기분 좋음을 불러일으키네)

다시 찾을 만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294 4월 빈들 이튿날, 2023. 4.22.흙날. 맑음 옥영경 2023-05-29 332
6293 2023. 6.21.물날. 비 살짝 옥영경 2023-07-24 332
6292 2021.10.27.물날. 정오를 지나며 말개진 하늘 / 일상을 붙드는 일이 자주 쉽지 않다 옥영경 2021-12-15 333
6291 2021.11.17.물날. 오후 흐림 옥영경 2021-12-23 333
6290 2022. 8. 2.불날. 흐림 옥영경 2022-08-08 333
6289 2022.11.26.흙날. 맑음 / 김장 첫날 옥영경 2022-12-24 333
6288 2020. 4.27.달날. 잠깐 빗방울 몇 옥영경 2020-08-06 334
6287 2021. 4. 3.흙날. 비 옥영경 2021-05-05 334
6286 2021. 5.12.물날. 갬 옥영경 2021-06-14 334
6285 2022. 3.18.쇠날. 비 근 오후 옥영경 2022-04-20 334
6284 2022.10.24.달날. 맑음 옥영경 2022-11-12 334
6283 2023. 1.17.불날. 가끔 가리는 해 옥영경 2023-02-11 334
6282 2023. 3.24.쇠날. 비 긋고 내내 흐림 옥영경 2023-04-13 334
6281 2023. 6.14.물날. 맑다 소나기 옥영경 2023-07-21 334
6280 2020. 8. 3.달날. 하늘 무겁다가 늦은 오후 소나기 옥영경 2020-08-13 335
6279 2020.11.18.물날. 흐리고 바람, 밤새 주룩거린 비 / 청년기본소득, 누가 지지하는가? 옥영경 2020-12-17 335
6278 2021. 4.14.물날. 맑음 / 이레 단식수행 사흘째 옥영경 2021-05-13 335
6277 2021. 9. 6.달날. 비 옥영경 2021-10-28 335
6276 10월 빈들 닫는날, 2021.10.24.해날. 맑음 옥영경 2021-12-10 335
6275 2022. 7. 4.달날. 한밤 번개 한 차례만 옥영경 2022-07-28 33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