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16.흙날. 비

조회 수 396 추천 수 0 2023.09.30 23:37:26


비는 종일 내리고,

올해 낼 책의 원고는 진척이 없고, ...

할 말이 있어서 시작한 글이고,

할 수 있어서 시작한 글이고,

해야 해서 시작한 글인데,

길을 잃고 헤맨다.

1차 마감 918일이 낼모레.

 

사람이 남의 말을 쉽게 믿는 데는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게 듣고 싶은 말이고 또한 여러 사람이 그 말을 할 때라나.

아들이 보내온, 다른 이가 쓴 글월 하나였다.

히말라야 군락을 드나들고,

부탄에도 관심 많고,

돈을 넘은 행복에 역시 늘 귀를 쫑긋거리는 엄마인 줄 아니까.

부탄이 세계 행복지수 1위라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부탄은 세계 행복지수 집계에서 1위를 한 적이 없단다. 이런!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부탄은 그렇게 한국 사람들 입에 안착했나?

2월에도 한 신문은 그리 썼다,

2010년 유럽 신경제재단(NEF)의 행복지수 조사를 인용하면서, 행복지수 1위 국가 부탄.

그런데 그 시점에 나온 NEF의 행복지수 발표는 없었단다!

추정하자면, 1972년 부탄 정부에서 집계해 발표한 국민총행복지수(GNH)가 있었다네.

부탄왕실이 자국민에게 직접 물어보니 97명이 행복하다 했다는.

처음 강원일보에서

201129일자에 NEF조사라며 부탄 국민 100명 중 97명이 행복해했다고 쓴 것은

‘97’이라는 구체적 숫자로 보건대 여기서 혼동을 일으킨 게 분명해 보인다.

그렇게 아무런 의심 없이 무려 20232월까지 언론은 복사, 붙여넣기를 계속해 온 것이다.

특히 그 즈음 언론은 이 행복지수 인용구에 관심이 많았다지.

이명박 정부 시절 진보 진영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감이 치솟던 때.

돈이 아닌 행복이 중요하다는 주장에 활용하기 좋았던 건.

그 즈음 한겨레에서만 부탄은 행복지수 1위를 네 번이나 기사에 썼다고.

신경제재단이라는 홈페이이지를 한번이라도 검색해보거나

부탄의 GNH가 뭔지를 찾아왔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이걸 다 찾는데까지 점심 래려드 먹으면서 아이폰으로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글의 제목은 거짓말이 상식이 되는 방법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쉬 정보를 그대로 믿어버리는지.

그것이 언론으로부터 온 거라면 더욱.

그래서 교차 체크가 필수라. 또한 통찰을 요구하기도 하는.

통찰을 키우는 과정이라면 읽기, 그리고 생각하기일.(토론도 있겠지)

여튼 저 옛날 입으로 돌던 소문처럼 이 시대도 실상 그리 굴러가고 있었네.

중구삭금(衆口鑠金), 뭇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지.

여러 사람의 말은 큰 힘이 있다는, 긍정으로도 부정으로도 쓰일 낱말이겠다.

사는 일이 갈수록 말을 않게 하네, 그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34 126 계자 나흗날, 2008. 8. 6.물날. 맑음 옥영경 2008-08-24 2106
6533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103
6532 3월 15일주, 꽃밭 단장 옥영경 2004-03-24 2101
6531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101
6530 2월 9-10일 옥영경 2004-02-12 2100
6529 자유학교 물꼬 2004학년도 입학 절차 2차 과정 - 가족 들살이 신상범 2004-02-10 2100
6528 3월 18일, 황간분재 김태섭 사장님 옥영경 2004-03-24 2099
6527 작은누리, 모래실배움터; 3월 10-11일 옥영경 2004-03-14 2094
6526 돌탑 오르기 시작하다, 3월 22일 달날부터 옥영경 2004-03-24 2093
6525 6월 2일 나무날 여우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5-06-04 2089
6524 125 계자 닫는 날, 2008. 8. 1.쇠날. 맑음 옥영경 2008-08-10 2088
6523 5월 4일, KBS 2TV 현장르포 제3지대 옥영경 2004-05-07 2088
6522 3월 30일, 꽃상여 나가던 날 옥영경 2004-04-03 2088
6521 97 계자 첫날, 8월 9일 달날 옥영경 2004-08-11 2084
6520 3월 8일 불날 맑음, 굴참나무 숲에서 온다는 아이들 옥영경 2005-03-10 2079
6519 4월 1일 연극 강연 가다 옥영경 2004-04-03 2069
6518 128 계자 닫는 날, 2009. 1. 2.쇠날. 맑음.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9-01-08 2068
6517 99 계자 이틀째, 10월 30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4-10-31 2063
6516 129 계자 이튿날, 2009. 1. 5. 달날. 꾸물럭 옥영경 2009-01-09 2061
6515 111계자 이틀째, 2006.8.1.불날. 계속 솟는 기온 옥영경 2006-08-02 205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