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뒷마을 댓마에서 낮밥을 먹자고 연락이 왔다.
밥? 먹기는 먹어야지.
내일 올해 내는 책의 샘플 원고를 마감키로.
썼는가? 헤매는 중. 아직도.
마을에서 밥을 먹자고 부르기는 흔한 일이 아니다.
어울리는 사람들이 그리 있지 않다는 말.
부른 이도, 그 댁에서 오늘 부른 이들도 외지에서 들어온 이들.
30년이 다 되어가도 물꼬 역시 여전히 들어온 사람들로 분류된다.
이제는 그런 걸 이야깃거리로 생각지도 않는 물꼬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 살고 있음이라. 내일도 살 것이라는 생각도.
백숙을 끓였단다.
고기 안 먹는 줄 알지만 찰밥이나 같이 먹잔다.
꼼짝을 못하겠는 오늘이지만 밥 한 끼는 먹어야지.
건너가서 밥 먹다. 네 가정이 모였다.
덕분에 인사를 나누기도.
하하, 물꼬를 그리 많이들 아는 줄 몰랐고나.
정확하게는 물꼬 이야기를 들은 게들 많았다.
그게 물꼬는 아니지. 그것이 물꼬가 아니라한들 또 대수이겠는지.
사실을 바로 잡고 싶은 것 한둘은 우리 입을 통해 정정했네.
그 댁에는 차도구가 많다. 찻집을 생각한 적도 있었고, 동생 분이 전통찻집을 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네는 차를 잘 마시지 않는 듯.
“배우기는 했는데...”
안 하니 잊힌.
밥보다 차 때문에 갔다 해야.
차 한 잔 달여 마셔야지 하고 책상 앞에서 일어나려던 참이었던.
찻자리를 마련했다.
차를 그리 마시기는 처음이라는 분도 계셨다.
차 맛이 좋았다.
다식도 좋았다. 한 댁의 사위가 빵집을 하신다고 내놓은 것들.
가기 바빠 빈손으로 갔고나. 언제 물꼬에서 밥 한 끼 내놓아야겠다 했네, 혼자 속으로만.
빈통을 챙겨가서
마을에 다리 다친 할머니댁 건네겠다며 닭죽을 얻었다.
할머니 댁 들여 드리니, 당신도 고기를 잘 먹지 않으신다네.
몰랐다. 이참에 알았다.
“두면 누구라도 먹지요...”
드나드는 할머니들 계시니.
가까이 살아도 할머니들을 잘 모른다.
다치신 덕분에 드나들며 당신 사는 모습도 들여다보고
사는 이야기도 듣고
입맛도 알게 되고.
늦은 오후에는 책상 앞을 떠나 사이집 둘레 풀을 뽑았다.
기락샘도 거들었다.
움직임이 또 책상 앞으로 갈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은 책상 앞.
도돌이표 하는 문장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다가
이렇게 하루 기록 몇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