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 9.달날. 흐림

조회 수 466 추천 수 0 2023.10.24 00:03:07


낙엽의 계절, 낡은 말인데 사실이 퍽 그러한 걸.

학교아저씨가 본관 옥상과 가마솥방 지붕에 올라 낙엽을 긁어내다.

큰해우소 뒤란 마른가지며 낙엽들도 치워내고,

어제그제는 삼거리 창고도 정리하고 들어오셨다고.

 

어제오늘 수좌스님 한 분 머무시는 공간에서 어른의 학교가 있었고,

늦은 밤에야 집으로 돌아오는 먼 길이었다.

저녁과 아침과 점심까지 내리 세 끼를 차려내준 밥을 받았다.

수제비 하나도 소홀함이 없는 밥상이었다.

밥상에서 주신 스님의 말씀이 맴돈다.

버는 대로 쓴다고들 하는데, 그게 아니라...”

벌려면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말.

생긴 대로쓴다는 말에 대해,

생기는 대로 쓰며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벌려고 덜 노력한다면 남은 그 노력으로 무엇을 하나.

그것조차 애씀이라 그 노력도 아니 한단 말인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버린다는 것은

바로 그 노력조차 않겠다는 말 아닐는지.

너무 하고사니 좀 안 하려는 물꼬 일정들 같은 거 아닐까 이해해 본다.

그 여백에 사유와 성찰이 있을.

그리고 다른 존재를 보는 눈이 있을.

 

한 분은 보험여왕이었던 시절에 대해 말했다.

자신같이 말 주변 없는 이가 어떻게 거기까지 올랐겠냐고.

설득하려고 안했어요.”

(사람들의 말을) 들었단다.

듣다가 보험의 불필요함을 말할 때, 불편을 말할 때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말을 하였을 뿐이라고.

듣기에 대해 생각한다.

입보다 귀가 커야할 나이로 가고 있다.

듣고, 그가 물을 때 대답하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954 2022. 5.13.쇠날. 흐리더니 비 지나다 옥영경 2022-06-16 384
5953 2022 여름 청계(7.30~31) 갈무리글 옥영경 2022-08-07 384
5952 2020.10.22.나무날. 젖어있다 갬 / 제도학교 특강 이튿날 옥영경 2020-11-25 385
5951 2020.11. 9.달날. 맑음 옥영경 2020-12-15 385
5950 2021. 5. 9.해날. 맑음 / 아카시아 꽃차 옥영경 2021-06-09 385
5949 2021. 6.22.불날. 소나기 옥영경 2021-07-12 385
5948 2021. 7.12.달날. 맑음 옥영경 2021-08-07 385
5947 2021. 9. 4.흙날. 갬 옥영경 2021-10-21 385
5946 2021.12.10.쇠날. 오전에 비, 오후 긋다 옥영경 2022-01-06 385
5945 2022. 3.14.달날. 비 옥영경 2022-04-05 385
5944 2022. 4. 5.불날. 맑음 / 설악산 아래·5 옥영경 2022-05-03 385
5943 2022.11.22.불날. 흐리다 띄엄띄엄 비 / 호일 두 조각 옥영경 2022-12-16 385
5942 2020. 5. 2.흙날. 흐리다 빗방울 셋 떨어지는 저녁답 옥영경 2020-08-06 386
5941 2020.12. 4.쇠날. 맑음 / 배추 절이다 옥영경 2021-01-09 386
5940 2020.12.11.쇠날. 뿌연, 미세먼지 심해 그렇다는 옥영경 2021-01-10 386
5939 2021. 7.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1-07-26 386
5938 2023. 2.20.달날. 맑음 옥영경 2023-03-17 386
5937 2023. 5.30.불날. 갬 옥영경 2023-07-18 386
5936 2021. 9.18.흙날. 맑음 / 공사 여드레째 옥영경 2021-11-14 387
5935 2022. 6. 8.물날. 갬 / 이 노동이 허망하지 않을 수 있음은 옥영경 2022-07-06 38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