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놀래라!”
눈이 부셔서.
며칠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이 또 한 구석이.
아침뜨락 오르는 계단 위, 감나무 아래로 구절초 눈부시다.
송이가 왔다.
한가위 무렵에는 1kg에 110만원까지 가던 가격이었다.
그걸 누가 사먹나, 그만큼 가치 있나 싶지만
먹어본 사람들은 이 철에 또 생각이 난다나.
선물로 큰 인사가 된다고도.
올해 송이가격은 그렇게 끝인가 하더니
여느 해보다 20여 일 늦게 송이 쏟아진다.
어제 누가 송이를 좀 땄다고 물꼬까지 오늘 들고 들어온.
애호박을 넣고 국을 끓이다. 소금으로 간.
이럴 줄 알았나 오늘 호박들을 좀 따서 들였지.
그 중 어린 걸로.
송이향이 한가득 퍼졌더라.
늦은 송이철일세.
낮에도 송이버섯을 먹었다.
이 골짝 산 아래서 식당을 하는 형님이
가끔 밥을 먹으라고 부르신다.
정오께 들렀더니 산에 갔다 하기
혼자 밥을 챙겨먹고 앉았더랬다.
벌써 난로를 피우고 있었다.
곧 버섯 한 가방을 안고 내려오셨는데,
송이에다 능이에다 솔버섯이며 싸리버섯이며들이 담겼다.
송이는 벌써 씻어 찢어서 선 채로들 먹었다.
곧 한가운데 불판이 놓이고
버섯 본 김에 곡주 한 잔 한다고 고기들을 굽고, 사람들이 또 모이고,
골짝에서 보기 힘든 새우까지 구워냈네.
“나머지는 저기서 꾸 오께.”
에어프라이어로 그런 것도 하더라고.
집집이 다 있다는 에어프라이어. 하하, 물론 물꼬는 그 집집이가 아니지. 없다, 그런 거.
그걸로 빵도 굽는다는 이가 있었다.
달골 햇발동 오븐이 요새 말썽인데, 그걸로 빵이 좀 구워질랑가...
삭힌 감과 땅콩과 대파와 고구마 들을 싣고 밤에 들린 벗.
한동안 또 밥상이 푸지겠다.
우리가 못다 해도 곁에서 또 누군가 농사를 짓고 나눈다.
그걸 또 우리는 이웃에도 나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