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0.불날. 맑음

조회 수 536 추천 수 0 2023.10.24 00:03:48


, 놀래라!”

눈이 부셔서.

며칠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이 또 한 구석이.

아침뜨락 오르는 계단 위, 감나무 아래로 구절초 눈부시다.

 

송이가 왔다.

한가위 무렵에는 1kg110만원까지 가던 가격이었다.

그걸 누가 사먹나, 그만큼 가치 있나 싶지만

먹어본 사람들은 이 철에 또 생각이 난다나.

선물로 큰 인사가 된다고도.

올해 송이가격은 그렇게 끝인가 하더니

여느 해보다 20여 일 늦게 송이 쏟아진다.

어제 누가 송이를 좀 땄다고 물꼬까지 오늘 들고 들어온.

애호박을 넣고 국을 끓이다. 소금으로 간.

이럴 줄 알았나 오늘 호박들을 좀 따서 들였지.

그 중 어린 걸로.

송이향이 한가득 퍼졌더라.

 

늦은 송이철일세.

낮에도 송이버섯을 먹었다.

이 골짝 산 아래서 식당을 하는 형님이

가끔 밥을 먹으라고 부르신다.

정오께 들렀더니 산에 갔다 하기

혼자 밥을 챙겨먹고 앉았더랬다.

벌써 난로를 피우고 있었다.

곧 버섯 한 가방을 안고 내려오셨는데,

송이에다 능이에다 솔버섯이며 싸리버섯이며들이 담겼다.

송이는 벌써 씻어 찢어서 선 채로들 먹었다.

곧 한가운데 불판이 놓이고

버섯 본 김에 곡주 한 잔 한다고 고기들을 굽고, 사람들이 또 모이고,

골짝에서 보기 힘든 새우까지 구워냈네.

나머지는 저기서 꾸 오께.”

에어프라이어로 그런 것도 하더라고.

집집이 다 있다는 에어프라이어. 하하, 물론 물꼬는 그 집집이가 아니지. 없다, 그런 거.

그걸로 빵도 굽는다는 이가 있었다.

달골 햇발동 오븐이 요새 말썽인데, 그걸로 빵이 좀 구워질랑가...

 

삭힌 감과 땅콩과 대파와 고구마 들을 싣고 밤에 들린 벗.

한동안 또 밥상이 푸지겠다.

우리가 못다 해도 곁에서 또 누군가 농사를 짓고 나눈다.

그걸 또 우리는 이웃에도 나누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154 2023. 9.17.해날. 갬 옥영경 2023-10-01 461
1153 2023.10. 9.달날. 흐림 옥영경 2023-10-24 460
1152 2021.10.30.흙날. 맑음 / 대왕참나무 한 그루 옥영경 2021-12-15 460
1151 2020. 2.28.쇠날. 잠깐 비 지난 옥영경 2020-04-01 460
1150 2020. 2. 9.해날. 맑음 옥영경 2020-03-06 460
1149 2019.12. 4.물날. 볕 옥영경 2020-01-13 460
1148 2023.12.14.나무날. 비 옥영경 2023-12-24 459
1147 2023. 6.29.나무날. 밤 억수비 옥영경 2023-07-31 459
1146 171계자 나흗날, 2023. 1.11.물날. 맑음 옥영경 2023-01-15 459
1145 2022학년도 겨울, 171계자(1.8~13) 갈무리글 옥영경 2023-01-17 459
1144 2022. 3.16.물날. 맑음 / 그리고 그대에게 옥영경 2022-04-05 459
1143 2019.12.16.달날. 맑음 / 오늘 마음은 오늘 수행에 기댔다 옥영경 2020-01-14 459
1142 2019.11.17.해날. 흐리다 밤비 / 나는 전체에서 어떤 태도를 지녔는가 옥영경 2020-01-08 459
1141 2024. 4. 4.나무날. 잔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24-04-23 458
1140 2023. 9.24.해날. 흐림 옥영경 2023-10-07 458
1139 2021. 8.21.흙날. 비 / ‘도이체보넨 몰수(Deutsche Wohnen & Co enteignen)’ 운동 옥영경 2021-08-29 458
1138 2020학년도 겨울, 167계자(1.17~22) 갈무리글 옥영경 2021-02-10 458
1137 2019.12.10.불날. 흐림 옥영경 2020-01-13 458
1136 2024. 2. 8~9.나무~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3 457
1135 2023. 4. 1.흙날. 맑음 / 대흥사-다산초당-백련사 옥영경 2023-04-30 45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