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0.불날. 맑음

조회 수 442 추천 수 0 2023.10.24 00:03:48


, 놀래라!”

눈이 부셔서.

며칠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이 또 한 구석이.

아침뜨락 오르는 계단 위, 감나무 아래로 구절초 눈부시다.

 

송이가 왔다.

한가위 무렵에는 1kg110만원까지 가던 가격이었다.

그걸 누가 사먹나, 그만큼 가치 있나 싶지만

먹어본 사람들은 이 철에 또 생각이 난다나.

선물로 큰 인사가 된다고도.

올해 송이가격은 그렇게 끝인가 하더니

여느 해보다 20여 일 늦게 송이 쏟아진다.

어제 누가 송이를 좀 땄다고 물꼬까지 오늘 들고 들어온.

애호박을 넣고 국을 끓이다. 소금으로 간.

이럴 줄 알았나 오늘 호박들을 좀 따서 들였지.

그 중 어린 걸로.

송이향이 한가득 퍼졌더라.

 

늦은 송이철일세.

낮에도 송이버섯을 먹었다.

이 골짝 산 아래서 식당을 하는 형님이

가끔 밥을 먹으라고 부르신다.

정오께 들렀더니 산에 갔다 하기

혼자 밥을 챙겨먹고 앉았더랬다.

벌써 난로를 피우고 있었다.

곧 버섯 한 가방을 안고 내려오셨는데,

송이에다 능이에다 솔버섯이며 싸리버섯이며들이 담겼다.

송이는 벌써 씻어 찢어서 선 채로들 먹었다.

곧 한가운데 불판이 놓이고

버섯 본 김에 곡주 한 잔 한다고 고기들을 굽고, 사람들이 또 모이고,

골짝에서 보기 힘든 새우까지 구워냈네.

나머지는 저기서 꾸 오께.”

에어프라이어로 그런 것도 하더라고.

집집이 다 있다는 에어프라이어. 하하, 물론 물꼬는 그 집집이가 아니지. 없다, 그런 거.

그걸로 빵도 굽는다는 이가 있었다.

달골 햇발동 오븐이 요새 말썽인데, 그걸로 빵이 좀 구워질랑가...

 

삭힌 감과 땅콩과 대파와 고구마 들을 싣고 밤에 들린 벗.

한동안 또 밥상이 푸지겠다.

우리가 못다 해도 곁에서 또 누군가 농사를 짓고 나눈다.

그걸 또 우리는 이웃에도 나누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54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7855
6653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327
6652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5048
6651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687
6650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566
6649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521
6648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504
6647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475
6646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450
6645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418
6644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395
6643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269
6642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209
6641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780
6640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743
6639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680
6638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678
6637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2006-05-27 3643
6636 12월 9일, '대륙보일러'에서 후원해온 화목보일러 옥영경 2004-12-10 3546
6635 2007.11.24-5. 흙-해날. 맑음 / 김장 옥영경 2007-12-01 350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