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9.나무날. 밤 비

조회 수 384 추천 수 0 2023.10.30 00:30:42


어른의 학교가 한 연구소에서 있었다.

지역을 옮겨가며 여러 주제의 공부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다섯이 있었고, 저녁 밥 때에 이르렀다.

커다란 송이버섯 하나로 국을 끓일 참이었다.

밥해 먹을 수 있어요!”

그 말을 믿고 갔다.

밥을 해먹을 수는 있더라. 전기밥통이 있더만. 냄비 하나 하고.

하지만 가스렌지도 없었다.

다행히 버너가 있었고, 부탄가스야 사면 되지.

칼은 없었지만 가위 있으면 될 테지.

그런데 송이국을 위해 송이도 호박도 삐지지가 않았다.

특히 호박은 가위날에 툭 툭 끊어져버리기만.

칼이 있어야 한다!

송이와 호박이 담긴 그릇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

길가로 가게들이 늘어섰는데, 거개 문을 닫았다. 빗방울도 떨어졌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다 다닐 참인데,

마침 골동품 가게 하나에서 문을 닫고 나서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 곁에는 딸로 보이는 처자가 따라나서고.

칼을 좀 쓰자 하니 닫던 문을 다시 열어주었다.

거기도 도마는 없어 썰 자리를 마련해주셨고,

과도를 주기 그거라도 쓰겠다 하니,

곧 상황을 보고는 식칼을 꺼내주신 덕에 삐진 재료들.

가져간 몇 가지 반찬과 냉장고에서 나온 두어 가지 찬이 더해졌다.

이런! 상도 없었다. 마침 소리북이 둘 있기 밥상으로 썼다.

대학시절 동아리방에서 해먹는 밥 같았던.

그래도 둘러앉아 한 끼 잘 먹은 밥이 되었더라.

암만 바깥에서 먹는 밥보다야 낫다마다.

 

여러 색깔의 사람들이 찻자리에 모였더랬다.

풀피리를 부는 이도, 검찰청을 들이받아 징역을 산 이도,

난초를 키우는 이도, 차를 가르치는 이도,

찻잎을 따 차를 만드는 모리거사도, 다솔사 동초스님도.

모리거사는 거기 물꼬 선생 온다고 굳이 걸음을 하신.

발해1300호 기념사업회에서도 뵈었고, 물꼬에도 오셨더랬는데,

못 뵌 지 10년도 넘어 되었던.

동초스님은 오래 물꼬의 학부모였고 논두렁이기도 했던 문저온 시인이랑 다솔사에서 뵙고

그로부터 또 10년도 훌쩍 넘어 된.

연에 연이 더해 그리 또 이어지고.

만날 사람은 그리 또 만나게들 되는.

 

군 산림과에서 온 연락.

오래 기다렸다. 학교터 주인이 교육청에서 군청으로 바뀌기로 한 올해이다.

상황이 정리될 때가 되었을 텐데, 하고 있던 참이다.

아침에 막 차를 움직이기 시작할 때였더랬다.

오늘 오후에 만날 수 있겠냐 한다.

오늘 연락해서?

번번이 그런다.

그렇게 말아 달라는 부탁만도 여러 차례 했던 터다.

그들의 사정도 있겠으나 이리 자주이면 무례하다고 느낄 만하다.

얼마나 당신들 중심인가 싶은.

24일은 그쪽에서 행사가 있다 하고,

25일부터 27일까지는 우리가 일이 있다. 숲 답사, 그리고 강의 이틀.

23일이 어떻겠냐 하는데,

그러다 전화를 더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네.

이야기를 해야 하는 쪽도 들어야 하는 쪽도 다음 주를 넘기기 부담스러울 것이다.

시간을 잘 맞춰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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