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5.물날. 맑음

조회 수 468 추천 수 0 2023.11.07 23:49:31


오전에는 호두파이를 구웠고,

오후에는 숲에 답사를 다녀왔다.

지난주와 이번 주에 있는 초등 대상 숲 안내 5일을 요청 받았는데,

지난주는 움직일 상황이 안 돼 이번 주 수업 둘만 하기로.

이 맘 때의 숲을 안다 하더라도

현장을 잘 알면 더 좋은 수업을 해낼 수 있을.

이미 구상하고 있던 수업안도 몇 있었는데,

그걸 진행하거나 현장을 보고 더 적절한 걸 생각해보거나.

내일과 모레는 큰 버스가 들어오는 지라

큰 도로에 버스를 세우고 숲 들머리까지 15분여 아이들이 이미 걸어야 한다 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

이어 그곳 내부 사람이 나무가공을 시연하고 아이들이 체험하는 일정이 짧게 이어지는.

수업을 할 호흡대로 1시간을 걸으며 움직임을 그려보다.

활엽 참나무 여섯 종류는 숲에서 이야깃거리로 좋고,

나뭇잎들의 모양 역시 좋은 주제.

어디에서 걸음을 멈추고 어떤 걸 중심으로 말할지 가늠해보다.

갈무리 글을 쓸 시간까지 나오기는 어렵지 않을까...

현장학습을 오는 학교에 연락해 진즉에 아이들 명단을 받아두었더랬다.

내일과 모레 각 26, 25명이 한 반.

이름표를 만들었다.

이름표를 달고 온다면 그것을 쓰면 될 테고.

저녁이 내리는 숲에서 소리 연습을 하다

숲을 들어서던 이들에게 차를 달여 내놓고 나왔더라.

 

글월이 하나 닿았다.

그가 독감이 걸려 앓아누워있는 동안

쉬면서 <내 삶은 내가 살게...>(2019)를 읽었다 했다.

2,30대 젊은 여성으로 보이는 독자였는데,

책속의 여러 문장 가운데 머릿속에 잔잔히 남았다는 문장들을 보내왔다.

아이들은 본 대로 들은 대로 한다,

성적순은 있을지라도 존재순은 없다,

내 일상을 내가 비하하지 않는 것도 자존감이다, 같은.

왜 그 글귀들에 눈이 더 많이 갔을까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둘러보게 되었더란다.

저도 샘과 연이 닿는 날을 고대해보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샘 말대로 내 삶은 내가 사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니까요.’

마음을 건드리는 책이었다니 고마웠고,

그것을 굳이 글로 보내주어서 더욱 고마웠다.

꼭 만나게 되었으면.

 

학교에서는 화단둘레 낙엽들을 치워내고,

옥상 낙엽들도 긁어내렸단다.

배추도 묶어주다. 사실 꼭 묶어주어야 하는 건 아닌데

알이 덜 찰 땐 그리라도 해두면 뭔가 더 찰 것도 같아서.

냉장고에 있던 올 마지막 송이버섯으로 애호박을 넣고 국을 끓인 저녁이었네.

은행알이 떨어지고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14 2023. 1.28.흙날. 눈발 옥영경 2023-02-27 310
6513 2023. 3.19.해날. 맑음 옥영경 2023-04-10 310
6512 2023. 4.29.흙날. 비 옥영경 2023-06-01 310
6511 2023. 5. 6.흙날. 비 옥영경 2023-06-09 310
6510 2023. 5. 8.달날. 맑음 옥영경 2023-06-09 310
6509 2020. 5.16.흙날. 갬 옥영경 2020-08-10 311
6508 2020. 5.2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8-12 311
6507 2020. 6.13.흙날. 비 옥영경 2020-08-13 311
6506 2020. 6.20.흙날. 맑음 옥영경 2020-08-13 311
6505 2020. 6.26.쇠날. 맑음 옥영경 2020-08-13 311
6504 2022. 6.12.해날. 썩 맑지는 않은 옥영경 2022-07-08 311
6503 2022. 7.17.해날. 흐림 옥영경 2022-08-04 311
6502 2022.10.25.불날. 맑음 옥영경 2022-11-12 311
6501 2022.11. 3.나무날. 맑음 / 시도 옥영경 2022-11-28 311
6500 2022.11. 4.쇠날. 맑음 옥영경 2022-11-28 311
6499 2023. 3. 5.해날. 맑음 옥영경 2023-03-26 311
6498 2023. 5.25.나무날. 먹구름 사이 말간 하늘 옥영경 2023-07-13 311
6497 2020. 5. 5.불날. 비 옥영경 2020-08-07 312
6496 2020. 5.22.쇠날. 맑다가 빗방울 / 30여년 건너온 편지 옥영경 2020-08-12 312
6495 2020. 6. 3.물날. 새벽비 옥영경 2020-08-13 31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