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想思(장상사); 내내 생각했습니다.
今何如(금하여); (지금) 어이 지내시는지요?’
처음엔 성현의 한시 長相思(장상사)인줄.
이백의 장상사도 있었네.
오래 서로 생각하다, 하염없는 그리움.
그런데 ‘상’자가 ‘생각 상’이라.
날 좋았다.
비 오고 바람 분다더니 하늘이 맞춤하게 가라앉아만 있었다.
차지도 않고.
나주의 작은 사찰에서 음악회가 있었다.
오늘 음악회 주제어가 그러했다; 長想思 今何如
아름다운 글이었다.
‘Si vales bene est, ego valeo.(당신이 편안하다면 다행합니다. 저도 잘 있습니다.)’도 생각했다.
로마인들이 편지 서두에 썼다던 이 문장을
한동안 보내는 글월마다 썼더랬다.
이와이 슌지 ‘러브레터’에서 설산을 향해 외치던 여주의 인사도 들리는 듯했다.
‘おげんきですか. わたしはげんきです.(잘 계신가요, 저는 잘 있어요.)’
가객과 소리꾼들이 같이 갔다.
그곳에서 만난 악기를 다루는 이는 일찍이 물꼬에 걸음 했던 이였더라.
어디서고 언제고 만나는 사람의 일이라.
본 공연 뒤 스님들이 무대를 이어갔다.
한 스님의 노래가 인상 깊었다.
잘하셨네. ‘편안하게’ 부르는 노래가 잘 부르는 노래라.
소리꾼이 부른 단가 사철가를 이어 스님을 비롯 여러 남성들이 또한 그것을 불렀다.
가을에 부르기 좋은 소리였네.
“... 사후의 만반진수 불여생전의 일배주만도 못하느니라...”
사후 만반진수가 살아생전 술 한 잔만 못하던가.
한 생이 잠깐이라.
물꼬의 그리운 얼굴들의 안부를 묻는다.
“여여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