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 6.달날. 비바람

조회 수 417 추천 수 0 2023.11.19 23:56:27


바람이 몹시 거칠었다.

명상돔의 그늘막이 심하게 펄럭였다.

사다리에 올라 네 기둥에 묶인 끈들을 풀고

돔 본채에 묶어두었다.

봄이 올 때까지 그리 두려한다.

내리 그렇게 두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하고.

모양새가 덜 나기는 하지만.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주말에 먼 길을 다녀온 걸음이라,

그것도 새벽에야 닿았던 터라

충분히 쉬었던 오전이었다.

오후에 현철샘이 국화 화분을 열댓 들여왔다.

절정을 지나고 있는 소국들이었다.

아침뜨락 들머리며 세 곳에 나눠 두었다.

비 지나면 땅에 뿌리를 옮기고 내년에도 꽃을 보려한다.

나중을 바라고 하는 일들, 그것이 내일도 살고 있겠다는 약속 같고는 하다.

가지가 부러진 국화들이 있었다.

수반에다 꽂아두었다.

가을이 집안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저녁상을 물리고 사람들과 밤 두멧길을 걸었다.

별은 없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당연히 아니다.

산자락의 방위를 안내하고,

어디께 어떤 별자리들을 이곳에서 보는지 가리키다.

아이들과 밤마실을 가서 드러누워 별자리를 보는 물꼬 천문대라 일컫는 곳이었다.

겨울계자를 기다리는 가을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74 2020. 5.12.불날. 바람 많고 맑은 옥영경 2020-08-08 312
6473 2020. 5.22.쇠날. 맑다가 빗방울 / 30여년 건너온 편지 옥영경 2020-08-12 312
6472 2020. 6. 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8-13 312
6471 2020. 7. 8.물날. 갬 옥영경 2020-08-13 312
6470 2020. 7.17.쇠날. 옥영경 2020-08-13 312
6469 2021. 4.18.해날. 맑음 / 이레 단식수행 닫는 날 옥영경 2021-05-14 312
6468 2021. 7.13.불날. 맑음 옥영경 2021-08-08 312
6467 2021.10. 9~10.흙~해날. 갠 아침이었으나 흐린 오후. 이튿날 역시 옥영경 2021-12-08 312
6466 2021.10.11.달날. 비 옥영경 2021-12-08 312
6465 2022. 7.12.불날. 흐림 / 너 몇 살이야? 옥영경 2022-08-01 312
6464 2022. 8.22.달날. 맑음 옥영경 2022-09-07 312
6463 2022.11. 1.불날. 맑음 옥영경 2022-11-28 312
6462 2022.11.20.해날. 맑음 옥영경 2022-12-16 312
6461 2023. 3. 3.쇠날. 맑음 옥영경 2023-03-26 312
6460 2023. 5.18~19.나무~쇠날. 비 오고 이튿날 볕 옥영경 2023-07-04 312
6459 2020. 5.13.물날. 맑음 옥영경 2020-08-08 313
6458 2020. 6. 7.해날. 바람, 더우나 그늘도 / 주말은 주말을 살고 옥영경 2020-08-13 313
6457 2020. 7.19.해날. 반짝 해, 흐림 옥영경 2020-08-13 313
6456 2020. 7.22.물날. 오후 잠깐 갬 옥영경 2020-08-13 313
6455 2020.11.24.불날. 맑음 옥영경 2020-12-24 31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