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 6.달날. 비바람

조회 수 428 추천 수 0 2023.11.19 23:56:27


바람이 몹시 거칠었다.

명상돔의 그늘막이 심하게 펄럭였다.

사다리에 올라 네 기둥에 묶인 끈들을 풀고

돔 본채에 묶어두었다.

봄이 올 때까지 그리 두려한다.

내리 그렇게 두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하고.

모양새가 덜 나기는 하지만.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주말에 먼 길을 다녀온 걸음이라,

그것도 새벽에야 닿았던 터라

충분히 쉬었던 오전이었다.

오후에 현철샘이 국화 화분을 열댓 들여왔다.

절정을 지나고 있는 소국들이었다.

아침뜨락 들머리며 세 곳에 나눠 두었다.

비 지나면 땅에 뿌리를 옮기고 내년에도 꽃을 보려한다.

나중을 바라고 하는 일들, 그것이 내일도 살고 있겠다는 약속 같고는 하다.

가지가 부러진 국화들이 있었다.

수반에다 꽂아두었다.

가을이 집안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저녁상을 물리고 사람들과 밤 두멧길을 걸었다.

별은 없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당연히 아니다.

산자락의 방위를 안내하고,

어디께 어떤 별자리들을 이곳에서 보는지 가리키다.

아이들과 밤마실을 가서 드러누워 별자리를 보는 물꼬 천문대라 일컫는 곳이었다.

겨울계자를 기다리는 가을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494 5월 20일, 북한 룡천에 보낸 돈 옥영경 2004-05-26 1730
6493 5월 20-21일, 색놀이에 빠진 아이들 옥영경 2004-05-26 1750
6492 5월 21일 쇠날, <오늘의 한국> 취재 옥영경 2004-05-26 1602
6491 5월 22일 흙날, 대구출장 옥영경 2004-05-26 1916
6490 5월 23일, 모내기와 아이들이 차린 가게 옥영경 2004-05-26 1660
6489 5월 25일 불날, 복분자 옥영경 2004-05-26 1972
6488 5월 26일, 부처님 오신 날 옥영경 2004-05-31 1775
6487 5월 27일, 손말 갈무리 옥영경 2004-05-31 1583
6486 5월 28일, 봄학기 마지막 날 옥영경 2004-05-31 1489
6485 5월 29일-6월 6일, 찔레꽃 방학 옥영경 2004-05-31 1637
6484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192
6483 5월, 부엌에서 옥영경 2004-06-04 1543
6482 5월 31일주, 들에서 옥영경 2004-06-04 1553
6481 5월 31일, 권유선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04 2178
6480 찔레꽃 방학 중의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6-04 1909
6479 "계자 94"를 마치고 - 하나 옥영경 2004-06-07 1941
6478 6월 6일, 미국에서 온 열 세 살 조성학 옥영경 2004-06-07 2500
6477 6월 6일, 찔레꽃 방학을 끝내고 옥영경 2004-06-07 2046
6476 6-8월 여름방학동안은 옥영경 2004-06-11 1630
6475 6월 7일, 조릿대집으로 재입주 옥영경 2004-06-11 147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