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 9.나무날. 흐리다 밤 비

조회 수 530 추천 수 0 2023.11.19 23:57:40


뒤늦게 핀 장미가 화들짝 걸음을 멈추게 하고,

철쭉 꽃잎이 날린다.

몇 해째 갈피잡기 어려운 11월이고 보니 사실 그리 놀랍지도 않다.

다만 걱정만 깊어간다.

기후도 전쟁도 정치도 ... 참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겨울 앞에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더욱 걱정.

가장 큰 걱정은 추위가 공포인 내가 물꼬의 낡은 살림에서 살아낼 걱정이라, 하하.

 

, , 언제 오시어요.”

더러들 물꼬에 놀러오겠다고들 하면 얼렁뚱땅 혹은 예의로 그리 답하고는 했다.

언제 한 번 오시어요.”

이 먼 곳에 어디 오기 쉽겠는가, 그런 생각을 깔고.

요새 대답은 이러하다.

좋은 데 많잖아요. 놀러는 그렇게 좋은 데들 가시고

물꼬에는 수행하러 일하러 공부하러 오시어요.”

게다 곧 1115일이다. 겨울90일수행을 시작한다.

이듬해 215일까지 정해져있는 교육일정 아니라면 드나들기 쉽잖다.

아직 15일에 이르지 않았으나 벌써 겨울날씨에 진입한 이즈음,

꼭 얼굴 보고 해야 하는 급한 상담자 아니라면 미룰만하다.

그런데 순창에서 어제부터 방문을 시도하는 분이 계셨더라.

물꼬랑 인연 깊은 큰 어르신으로 지어진 인연이라

어르신들 맞는다는 생각으로 오십사.

아이들 일정을 시작할 때도 어른의 학교를 열 때도

마음이 무겁거나 어렵다가 막상 대문으로 사람들이 들어서면

반가움이 가장 먼저 나오는 물꼬살이,

그야말로 버선발로 달려나갔더라.


한 절의 주지스님 오셔서

물꼬 한 바퀴’, 그리고 아침뜨락을 같이 걸었다.

학교로 다시 내려와 차를 달이고 

절집의 안거에 대한 이야기며 물꼬의 생각을 나누다.

물꼬가 꼭 사찰 같네요.”

마침 어제 산 아래서 들어온 묵도 있었고,

생선이며도 있던 냉장고라 찬이 모자라지 않은 저녁밥상을 내다.

밥상을 물린 뒤엔

같이 벌레먹은 서리태를 가렸고,

얼마 되지 않는 감도 깎아 매달았다.

그리고 물꼬로 길손 드는 여느 날처럼

밤 두멧길을 걷고 달골 햇발동에 들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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