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0.쇠날. 갬

조회 수 471 추천 수 0 2023.11.19 23:58:16


찬 아침.

어제 든 방문객과 아침뜨락을 걸었다.

아침뜨락에서 스님은 법문을 나누고, 물꼬의 생각을 문답하고.

햇발동에서 가벼운 아침을 먹었다.

학교로 내려와 차를 달이고,

이른 낮밥처럼 내놓은 다식을 들고 스님 떠나셨다.

선물로 들고 오신 귀한 보이차 한 편이 가마솥방에 스님처럼 앉았더라.

 

재바르게 움직여 낮밥을 차렸다.

자주 밥을 내주는 한 형님께 오늘은 물꼬에서 국수를 내기로 했기.

아직 난로를 안 때셔?”

그 댁은 벌써부터 난로를 피우고 있었으니까.

난로를 피워도 추워서 사람 오라기 쉽잖은 구멍숭숭한 물꼬라.

너무 더워!”

더우면 못산다며 에어컨 팡팡 틀고 사는 이웃의 한 아낙네는

7월의 어느 저녁 물꼬에서 밥을 먹고는 다시 못오겠다 했더랬지.

물꼬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 하하.

오늘이 아니면 봄 오기까지 밥 한 끼 내기 어려울 거라고

오늘로 받은 날이었네.

문자 한 줄을 귀찮아라 하는 당신이 보낸 인사가 퍽 고마웠다.

오늘 아주아주 잘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오후에는 달골 몇 곳에 국화를 심었다.

지느러미길 시작점 바위 곁에, 바위축대 앞으로도,

옴자의 한가운데 바위 앞으로,

마지막으로 실도랑 휘돌아나가는 뽕나무 앞으로 한 무더기.

콧물이 어찌나 흐르던지.

바람 거칠고,

영하로 떨어진다 하고 비도 든다 하며 흐려가는 하늘이었다.

여러 날 추울 거라 하니 오늘을 넘기지 않으려 했던.

한파주의보가 재난문자로 들어왔다.

낼 영하 5도라네.

 

, 겨울채비 하나 쫓겨서 하다.

1115일께 겨울90일수행에 들며 하는 일인데.

창고동 수전과 변기 물을 다 빼다.

맨 안쪽에 있는 샤워기 하나는 스패너로 아주 풀어두다,

벽체 쪽이 얼어 터진 적 있으니.

햇발동과 사이집의 바깥 물호스는 낮에 물 빼고 말아두었던.

느티나무삼거리의 장승에서 아침뜨락의 북쪽 수로를 거슬러 밥못까지 가는 호스도

이음새를 열어 물을 빼두었더랬다, 국화를 심은 뒤 아침뜨락 나오기 전.

얼떨결에 또 그리 월동 준비 한켠 해두었을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34 2020. 6.25.나무날. 흐리고 간간이 비 옥영경 2020-08-13 306
6533 2020. 6.30.불날. 장맛비 옥영경 2020-08-13 306
6532 2022.11.19.흙날. 맑음 옥영경 2022-12-16 306
6531 2022.12.16.쇠날. 꽁꽁 언 세상 / 손두부 옥영경 2023-01-06 306
6530 2023. 1.22.해날. 맑다 붓으로 그리듯 눈 살짝 옥영경 2023-02-20 306
6529 2023. 2.13~14.달날~불날. 흐리고 눈비, 이튿날 개다 옥영경 2023-03-13 306
6528 4월 빈들 여는 날, 2023. 4.21.쇠날. 맑아가는 옥영경 2023-05-29 306
6527 2023. 4.29.흙날. 비 옥영경 2023-06-01 306
6526 2023. 5. 1.달날. 맑음 옥영경 2023-06-03 306
6525 2023. 5.16.불날. 맑음 옥영경 2023-07-04 306
6524 2020. 5.29.쇠날. 맑음 옥영경 2020-08-12 307
6523 2020. 6.19.쇠날. 맑음 옥영경 2020-08-13 307
6522 2021. 5. 8.흙날. 안개인 줄 알았다, 미세먼지! 옥영경 2021-06-09 307
6521 2022. 6.12.해날. 썩 맑지는 않은 옥영경 2022-07-08 307
6520 2023. 3.15.물날. 바람 / 황태덕장 옥영경 2023-04-04 307
6519 2023. 4.30.해날. 맑음 옥영경 2023-06-03 307
6518 2020. 6. 3.물날. 새벽비 옥영경 2020-08-13 308
6517 2020. 7. 5.해날. 흐린 속에 안타까운 듯 두어 방울 비 옥영경 2020-08-13 308
6516 2021. 5. 2.해날. 갬 옥영경 2021-06-09 308
6515 5월 빈들 여는 날, 2021. 5.28.쇠날. 소나기 지나는 오후 옥영경 2021-06-30 30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