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6.나무날. 맑음

조회 수 1103 추천 수 0 2006.01.31 10:54:00

2006.1.26.나무날. 맑음

학교도 뒤늦은 겨울잠을 잡니다.
공동체 식구들도 느린 걸음으로 걸어 다니지요.
통 뵈지 않는 이도 있습니다.
그리고
달골 아이들집에 방마다 장판이 깔렸답니다.

달골 아이들집과 강당이 제 모습을 갖출수록
지난 세월에 함께 한 이름들이 더 굵어집니다.
오늘 시집 한 권을 만지작거리다
속지에 쓰인 짧은 글 하나를 읽었지요.
이제는 아이 어머니 된
물꼬의 오랜 일꾼 경옥샘(1994년-2002년/지금은 큰 논두렁)이 그리웠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 머물고 있을 적
한국에서 보내져온 꾸러미 안의 시집 한 권에 그는 이리 적고 있었지요.

"미리 챙긴다, 챙긴다 하고서도
뭐 한다고 그리 정신이 없었는지
생일 선물은 한참이나 늦게 받으시겠습니다.

이사 하는데 창환샘, 세성샘, 기락샘, 주훈샘이
힘 많이 보태주셨습니다.
선생님이 멀리 계셔도 선생님이 쌓아놓은 연으로
굴러가는 물꼬입니다.

하다와 둘이 맞는 생일 아침이 행여 쓸쓸하진 않으실 지요.
여기서도, 우리끼리지만
미역국 끓여 상에 올리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셔요, 몸도, 마음도.

2001.12.4. 경옥"

어디 제가 쌓은 덕으로 살아온 물꼬이더이까,
그런데 그렇게 말해주는 겸손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이들이 고생하며 지킨" 물꼬였지요.
아이들 집을 위해 십수 년 전부터 벽돌을 쌓은 이들 가운데 하나였고,
모자라는 저를 세워주는 예우(?)를 알던 귀한 보석을
야박하게도 저는 마른 수건으로 먼지 한 번을 털어준 적이 없었더이다.
아이 돌이 넘도록 옷가지 하나 챙겨주지도 못했네요.
가야금을 뜯듯 가슴을 치는 한 밤입니다.
다시 그런 사랑('물꼬에서 일하는' 제가 받은)을 받는 날이 올 지요,
남은 날들에 다 갚으며 살 수나 있을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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