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3.달날. 맑음

조회 수 496 추천 수 0 2023.11.25 23:48:24


서리가 내린 아침,

아침수행을 하고 아침뜨락으로 가기 위해 사이집의 마당에 내려섰다.

기온은 뚝 떨어졌으나 바람은 없어 쨍 하고 맑은 정신이 기분 좋게 들었다.

몇 걸음 걸어 돌담 사이로 막 걸음을 딛는데,

...

 

세상에! 멧돼지가 여기까지 이르렀다.

쟁기질을 한 듯 어쩜 이리 촘촘히도 파헤쳤다나.

느티나무 삼거리까지 밭을 만들어놓았다.

느티나무 동그라미 가장자리 잔디들도 패놓았다.

블루베리 줄 선 나무들을 한 그루씩 빼놓지 않고 파놓았다.

햇발동에 이르는 길에도 서너 곳을 파놓고,

그것도 모자라 햇발동 데크 앞으로 주목 두 그루 둘레를 또한 넓게 헤집었다.

 

이 아래쪽이 이럴 정도면 산에 더 가까운 아침뜨락은 말해 뭣할까.

아니나 달라 지난 쇠날 달골에 한 무더기씩 심어둔 국화를 다 뒤집어 놓았다.

화분에서 빼내 던져둔 것처럼 여기저기 국화 분들이 날아가 있었다.

지느러미길 들머리 바위 곁에도, 옴자 바위 둘레에도, 실도랑 뽕나무 아래도,

파헤쳐지기는 마찬가지였다.

 

힘이 좀 빠지지만, 그것이 상처는 아니다!

그는 그의 삶을 살았고,

나는 또 이곳의 삶을 살 것이다

밥못까지 올라가 그들의 발자국을 찾아다녔다.

밥못 가까이에서 측백 울타리 사이로 들어온 흔적을 본다.

내일은 철망이라도 남쪽 가장자리들에 더 놓으리라 한다.

모든 곳을 둘러치지 않는 한 그들은 또 들어올 것이다.

그렇다고 약을 뿌리지도 덫을 놓을 것도 아니다.

그저 그들을 좇으리라 한다. 막으리라 한다.

봄이 오면 무엇으로든 이 문제를 해결하리라.

울타리 방식이 최선일 테지...

결국 돈이 할 일이고, 우리 주머니는 가벼우니

재표를 빼면 나머지는 사람의 손으로 하게 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14 품앗이 여은주샘 옥영경 2004-02-20 2076
6513 마지막 합격자 발표 2월 20일 쇠날 옥영경 2004-02-23 2071
6512 98 계자 이틀째, 8월 17일 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4-08-18 2069
6511 39 계자 열 나흘째 2월 8일 옥영경 2004-02-11 2068
6510 6월 7일주, 우리 아이들이 한 일 옥영경 2004-06-11 2066
6509 39 계자 이틀째 1월 27일 불날 옥영경 2004-01-30 2066
6508 6월 6일, 찔레꽃 방학을 끝내고 옥영경 2004-06-07 2060
6507 시카고에서 여쭙는 안부 옥영경 2007-07-19 2055
6506 고기 또 먹던 한 날, 5월 16일 옥영경 2004-05-26 2053
6505 2011. 6.14.불날. 맑음 / 보식 2일째 옥영경 2011-06-18 2049
6504 124 계자 이튿날, 2008. 1.14.달날. 꾸물꾸물 잠깐 눈방울 옥영경 2008-02-18 2049
6503 8월 1-4일, 배혜선님 머물다 옥영경 2004-08-09 2049
6502 4월 10-11일, 밥알모임 옥영경 2004-04-13 2045
6501 39 계자 닷새째 1월 30일 옥영경 2004-02-01 2036
6500 124 계자 사흗날, 2008. 1.15.불날. 맑음 옥영경 2008-02-18 2032
6499 8월 23일, 류기락샘 출국 전날 옥영경 2004-08-25 2029
6498 일본에서 온 유선샘, 2월 23-28일 옥영경 2004-02-24 2028
6497 39 계자 아흐레째 2월 3일 옥영경 2004-02-04 2025
6496 39 계자 나흘째 1월 29일 옥영경 2004-01-31 2022
6495 122 계자 여는 날, 2007.12.30.해날. 눈 옥영경 2008-01-02 202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