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5.달날. 눈 멎은 아침

조회 수 359 추천 수 0 2024.01.07 10:44:10


쇤베르크라면 스트라빈스키와 더불어 20세기 클래식 음악의 최고 거장.

하지만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가 추앙했던 구스타프 말러도 퍽 파격적인 작곡자였지만

쇤베르크는 더했다.

그의 실내 교황곡 1이 빈에서 연주됐을 때 많은 청중이 거칠게 퇴장했는데,

말러가 마지막까지 혼자 남아 박수를 쳤다나.

말러 자신 역시 쇤베르크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가 젊으니 아마도 그가 옳을 것이다.’,

나는 늙어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없는지도 모른다.’고 했다지.

자기 생각을 바꿀 줄 모르는 사람이야말로 노인이란다.

말러는 청년이었던 거다.

어느새 나이가 제법 많아졌다. 주어는 나다.

흰머리와 주름이야 당연하겠지만

생각은 우리 의지로 어찌할 수 있지 않겠는지.

 

밤새 도둑눈이 내리다 아침빛에 도망을 갔다.

오전 내내 흐렸고, 오후에는 볕이 잠깐 다녀갔다.

영하 15도로 떨어지던 아침이며 내내 영하였던 지난주는

두터운 눈까지 겹으로 내려 엄동이더니,

주말부터 낮 기온이 영하권을 벗어난.

이번 주는 영하 2~6도의 밤과 영상의 낮 기온이, 그것도 9도까지도 오른다는 예보.

 

학교는 학교대로 달골은 달골대로 눈을 쓸었다.

날이 푹하니 아주 넓게 쓸지 않아도 되었다.

학교도 주로 오가는 길만,

교문에서 본관 현관에 이르는 우천길, 사택 가는 길, 바깥해우소 가는 길,

그리고 제습이 가습이 밥 주러 가는 길.

달골은, 사이집 마당을 댑싸리로 시작해서 우천매트 구간까지는 쓸기,

햇발동에서 창고동 앞으로 대문까지는 눈가래로,

대문앞 경사지 흙길은 다시 비를 들고,

언덕배기 꼭대기는 눈가래로 밀고 그 위로 비질까지.

다음은 가래로 달골 계곡 다리까지 밀고 갔다.

내친 김에 거기서 마을 중심도로 합류지점까지 200미터를 더 밀고

다시 돌아오기 시작하다.

눈 위에 양쪽으로 바퀴자국처럼 길이 났다.

 

학교에서는 틈틈이 도끼질 소리도 들렸다.

계자 땔감이 마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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