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도둑눈이 다녀갔다.

발목이 빠졌다.

달골에서 차를 몰고 긴장하며 두멧길을 내려갔다.

어라? 달골 길 위쪽만 눈이지 이미 길은 녹고 있었다.

10시에 맞춰 달려가기 어려우리라 했는데,

면소재지까지 평소처럼 갔다.

면단위 부녀회 신년회가 있었고, 일년 일정들을 확인하다.

물꼬에서는 달에 한 번은 참여키로 가늠해본다.

 

마을로 들어오면서 바로 달골로.

제법 두터운 눈이었지만 날이 푹해 길은 이미 다 녹았다.

하지만 달골 길 마지막 굽이길은 어림없는.

쓸어놓아야 어는 걸 막고 드나드는 게 수월할.

두텁게 쌓인 녹이 녹는 위로 다시 눈이 내렸다.

계자 학부모방을 맡은 수진샘이 부모님들이 준비하는 반찬 소식을 보내오다,

장보는 데 참고하라고.

한쪽으로 쏠리면 다른 반찬을 마련하기도 하며 조율들을 한다고.

부엌살림을 살펴 재료들을 챙겨주시기도.

그 면면을 들으면서 아, 그저 아이만 맡겨두는 게 아니라

계자를 같이 준비한다는 걸 실감.

병원에 입원해계시는 분조차 마음을 다해 보태오는 먹을거리 목록을 보며

어찌 예서 조금인들 소홀할 수 있겠는지!

 

계자 부모님들과 사전 통화.

스물 가운데 한 아이가 빠졌으니 열아홉.

새 얼굴이 셋인데, 한 아이는 아기 때부터 형을 따라 물꼬 교문을 본 아이라.

일곱 살이 되어 드디어 입성하는.

허니 아주 새로운 아이는 둘.

그 말은 왔던 아이들이 태반이라는.

워낙에도 다시 오는 아이들의 비율이 높기로 이름난 계자라.

그래서 아이들은 저들 다니는 학교에 더해 물꼬도 자기 학교라 주저 없이 말하기도.

고마운 일이라, 오랫동안 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

그러는 사이 부모님들과도 쌓는 우정에 또한 고마워라.

통화를 하며 물꼬가 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시간을 듣고,

그 아이에게 얹혔을 시간을 눈으로 보게 될 계자에 더욱 설레게 된다.

그 시간은, 물꼬는 왜 계자를 하는가, 나는 왜 계자에 동행하는가를

묻고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도.

격려 받고 지지 받고 북돋아지는 거라.

이곳에서 보내는 목소리가(그간 메일이나 문자 혹은 신청서로만 오가다가)

조금이나마 부모님께 안도감을 높이리라 기대하며 굳이 계자 전 통화 단추를 누른다.

물꼬에 대한 신뢰로 다시 보내시니

굳이 왔던 가정들에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련만

덕분에 우리들은 또 통화를 한다.

아이에 대한 그간의 일들을 좋은 정보로 얻고,

그 덕에 곁에 있는 아이들과 통화를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부모님들을 살펴보게 된다.

당신들께 괜찮으시냐 물어보는.

부모가 마음 좋은 게 아이들에게 가장 크고 든든한 밑절미라.

그 무엇이 있다고 이 멀고 깊고 성긴 골짝으로 아이들을 보낸단 말인가.

계자를 같이 꾸려주는. 무엇보다 반찬들을. 식재료를 들여 주시는.

갈수록 부피가 커지는 가방들이 들어온다.

물꼬 논두렁이 받는 혜택(등록비 할인)도 포기하는 분들까지,

물꼬 살림에 보태라며.

아이들에게만 동지라 불렀던가 보다.

부모님들 역시 굳건한 동지라.

고맙습니다! 아이들 잘 섬기겠습니다!”

저녁과 밤이 그렇게 흘렀다.

 

2월에 인도에서 머물 일 있어

관련하여 여러 메일들이 오가느라 긴 시간을 보냈고,

사이사이 지자체 보내는 문건 하나 만들던 일은

한밤까지 이어지고 있다.

휘령샘과 모둠을 짜고 논의하는 일은 글집으로 모아졌고,

내일 오전 최종 확인하여 인쇄소에 넘기기로.

(이것도 오랫동안 내부에서 했더랬지.

밤을 새며 복사하고 엮었던 희중샘의 오랜 일이었더랬다.)

아아아아아아, 일단 하던 것부터 해치우고 글집으로.’

그렇게 문자를 보내고 낼 아침 10시로 계자위 회의시간을 잡았네.

글집과 여행자보험은 외부에 맡기는 일이니

이런 건 오늘내일 마무리 지어야 맞이준비에 집중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94 122 계자 여는 날, 2007.12.30.해날. 눈 옥영경 2008-01-02 1996
6493 아흔 다섯 번째 계자, 6월 25-27일 옥영경 2004-07-04 1990
6492 6월 28일, 그럼 쉬고 옥영경 2004-07-04 1989
6491 6월 15일, 야생 사슴과 우렁각시 옥영경 2004-06-20 1988
6490 12월 21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2-22 1987
6489 2005.10.29.흙날.맑음 / 커다란 벽난로가 오고 있지요 옥영경 2005-11-01 1986
6488 39 계자 엿새째 1월 31일 옥영경 2004-02-01 1984
6487 2011. 1.22-23.흙-해날. 맑음, 그 끝 눈 / ‘발해 1300호’ 13주기 추모제 옥영경 2011-02-02 1979
6486 2005.12.19.달날.맑음 / 우아한 곰 세 마리? 옥영경 2005-12-20 1978
6485 10월 13일 물날 맑음, 먼저 가 있을 게 옥영경 2004-10-14 1978
6484 2007.11.10.흙날. 썩 맑지는 않지만 / 지서한훤(只敍寒暄) 옥영경 2007-11-19 1977
6483 2014. 7. 6.해날. 낮은 하늘 / 이니스프리로 옥영경 2014-07-16 1976
6482 <대해리의 봄날> 여는 날, 2008. 5.11.해날. 맑으나 기온 낮고 바람 심함 옥영경 2008-05-23 1975
6481 2008. 5.4-5. 해-달날. 비 간 뒤 맑음 / 서초 FC MB 봄나들이 옥영경 2008-05-16 1974
6480 불쑥 찾아온 두 가정 2월 19일 옥영경 2004-02-20 1970
6479 5월 25일 불날, 복분자 옥영경 2004-05-26 1969
6478 2005. 10.23.해날.맑음 / 퓨전음악 옥영경 2005-10-24 1964
6477 12월 13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4-12-17 1961
6476 6월 7일, 성학이의 늦은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1 1956
6475 125 계자 이튿날, 2008. 7.28.달날. 빗방울 아주 잠깐 지나다 옥영경 2008-08-03 195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