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5.쇠날. 잠깐 해

조회 수 470 추천 수 0 2024.01.08 17:17:48


뿌연 하늘 사이 해 잠깐 인사하고 가고.

 

겨울90일수행 중. 그리고 계자준비 주간.

털신들을 꺼내와 안창 끼워 내놓다.

샘들이 드나들기 좋게, 더러 아이들도 신고 나갈 수 있게 작은 것도.

부엌에도, 슬리퍼는 슬리퍼대로 있지만, 시린 발을 위해 털신도 두다.

 

뜻하지 않은 일거리들이 나오기도.

실내슬리퍼 가운데 바닥이 곰팡이 때를 가진 것들도 있었기

꼭 지금 해야는 게 아니지만

공간이 너른 이곳에서 일이란 나중이 없다.

눈에 보였을 때 해야. 언제 또 그걸 손에 잡는단 말인가.

그래서 이곳에서는 늘 여기서 저기 가는 걸음이 길고 길 수밖에.

웬만하면 가면서 하나씩 해치우고 가니까.

나중에 해야지, 그러면 잊히기 쉬우니.

실내슬리퍼들을 잠깐 넣어뒀다 꺼내도 되는데,

철이 지날 때야 넣어두면서 빨 것인데 손댄 김에 빨기로.

 

날이 푹해 바깥일을 하기 좋았다.

산오름에 쓸 신발들을 확인하러 숨꼬방에 갔다가

예취기에 쓰인 것들이며 두어 가지가 늘려있는 걸 본 거라.

치워야지 싶었다.

날이 매우 모질었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을 걸.

물건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나왔네.

부엌에서는 칼을 갈았다. 열 자루도 넘는다.

칼이 잘 들어야 일이 수월하지.

밤에는, 엊저녁 면으로 재봉질한 가리개를

삼거리집 앞채의 북쪽 창에 매달고 나왔다.

 

저녁답에야 장을 보러 나갔다.

예전엔 규모도 커서 제법 멀리 읍내나 고개 너머 시내를 갔는데,

그래야 먹을거리 말고도 챙겨야 할 물건들을 다 찾아올 수 있었다.

머잖은 곳에 식자재마트가 생기고,

틈틈이 학교에 필요한 것들을 잘 챙겨놓아

요새는 계자 장이란 게 딱 먹을거리만 들이는 일.

매우 걸음을 종종거려야 할 어떨 땐 메모도 없이

마트 안의 출발지에서부터 필요한 걸 가늠하며 착착착 바구니에 담으면

한두 가지나 빠지는 게 있었으려나.

그러면 다음날 들어오는 샘들이 챙기기도.

요즘은 길도 좋고, 차편도 좋고, 심지어 택배라는 것도 있다

(예전에도 있었을 텐데 너무 늦게 그런 문화를 알게 된?)

여기서 놓치더라도 아이들 들어오는 편에

지율 모가 번번이 챙기는 수고를 기꺼이 해주시기도.

이번 계자 부모님들이 보내오시는 걸 확인해보니

허허, 별 사들일 게 없는 거다.

카트가 아주 가벼웠더라.

 

2월에 인도의 한 공동체에서 머무는 건으로

며칠 사이 메일이 여러 차례 오가고 있었다.

한 공동체에서도 몇 지점을 들리게 되었다.

한 곳이 정해져야 다음을 결정할 수 있는데,

그 첫 번째 곳이 메일을 읽었음이 확인되었는데도

하루가 지나도 무응답이라.

나는 대체로 기다리는 사람.

그곳에서 그럴 만한 바쁜 일이 있겠거니 하는.

왜냐면 물꼬 이곳이 그러하니까.

답장을 기다리고 있노라 다시 보낸 메일에

아차차차차차 잊었노라 바로 답이 왔다.

소식 없을 때는 다시 보내 봐야 한다!

내가 움직일 동선을 헤아려주었고,

그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보내오다.

세 번째 지점이 제일 먼저 정해졌고,

두 번째가, 그리고 오늘 첫 번째 지낼 곳이 결정되었네.

계자 가운데 그 일을 챙기자면 쉽지 않을 것을

가뿐하게 정리되다. 고마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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