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8.나무날. 비

조회 수 276 추천 수 0 2024.01.29 23:57:22


겨울비가 여름비처럼 내린다.

물이 저리 시원하게 흐르는 겨울 계곡이라니.

 

겨울90일수행 중.

안에서 수행하기도 하지만 도량을 찾기도 한다.

깊은 멧골에 살아도 산이 좋다.

괴산 청천면 사담리 사담계곡.

도로를 따라 절벽이 이어지고, 그 절벽 바위에 沙潭洞天;사담동천이라는 글귀가 있다.

우암 송시열은 어찌 그리 곳곳에 글씨를 남기셨을꼬.

동천이라면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

큰길에서 남산으로 향해 들어가는 임도를 따라 갔다.

망개나무 자생지가 덕가산과 남산 사이 이 계곡에 260주 가량 자라고 있다는데,

현판만 보고 지났네.

깊은 곳까지 집들이 드문드문 들어와 있었고,

주목나무를 아주 넓게 키우고 있었다.

어느 뉘의 긴 꿈이신가.

 

작은 고개를 넘어 공림사 계곡으로 들어 일주문을 지났다.

당나귀 귀는 임금님 귀 설화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던가,

궁예의 아버지인 신라 경문왕 때의 자정선사가 이곳에 암자를 짓고 참선했다지.

槐山은 느티나무 괴자에 뫼산을 쓴다.

느티나무와 산이 많은 동네.

이 절집이 그렇다. 느티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종무소 앞으로 천년이 지난 느티나무가 있다.

8.15에도 6.25에는 울었다는 느티나무가 세월호와 이태원 때는 어땠을까 궁금하였더라.

절집으로 올라서자마자 연못이 맞는다, 백련이 필 때 와 보자 마음 먹게 하는.

공림사가 깃든 낙영산의 형상이 용 모양이라는데, 그 용이 사담마을을 집어삼키는 형상이라.

공림사 뒤란 작은 못의 두꺼비(바위)는 그 용에게 바쳐 화를 면케 하기 위함이었다 한다.

사담마을 이름 역시 용이 저어한다는 모래와 연못으로 이름을 지은 것이라고도.

 

선방에서는 한창 동안거 수행 중이라.

그들은 무엇을 위해 그토록 정진하는가.

나 하나만이 아니라 나로부터 라는 마음이면 좋겠다.

그렇게 만든 평화가 널리널리 퍼지면 좋겠다.

안거에는 공양주보살 둘도 같이 들어온다지.

주지스님에 절 소속 스님 둘, 그리고 선원이 운영(이번에 열 분의 스님이 안거 중)되고 있었다.

저녁 공양을 하고 난롯가에서 밀양과 익산에서 왔다는 공양주보살들과 한담.

익산 보살이 먼저 들어가고,

밀양 보살이 절에 깃들어 사는 당신의 내력과 함께 절 살림을 한참을 알려주었다.

그때 군산에서 막 왔다는 나이든 새 처사가 들어와 같이 늦은 밥을 먹기도.

절집의 수좌스님 입맛 맞추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익히 들어왔는데,

그곳에 깃든 수좌스님은 어떠시려나.

먹는 것에 그리 까다로움도 그저 까탈이 아니라

다른 이의 수행을 돕는(헌신을 요하는) 그런 방식이기를 바라노니.

절집의 공양주보살을 꿈꾸고는 했다.

그러려면 뭘 준비해야 할까 여쭈니

절 일을 알아야 하고, 음식을 좀 해야 하고, 그리고 다 내 식구이구나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그 마음이 어려워 나 못하겄네...

물꼬에서 밥 짓는 것으로 겨우 대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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