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10.해날. 힘찬 해 / 설

조회 수 366 추천 수 0 2024.02.13 02:28:21


목욕재계(沐浴齋戒)부터 하는 이른 아침이라.

머리 감을 목, 목욕할 욕, 재계 재, 경계할 계.

제사를 지내거나 신성한 일을 할 때,

목욕을 깨끗이 하여 마음을 가다듬어 不淨(부정)을 피하는 일.

결재(정진결재;精進潔齋)라고도 하는.

()는 청정(淸淨), ()는 청정하게 하는 규범.

유교나 불교에서 제사를 받들기에 앞서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고 심신을 정결하게 하며 근신하는.

 

예법 교과서 주자가례에는 차례에 관한 내용이 딱 한 구절 나온다나.

민속 명절에는 계절에 나오는 음식을 올려라.’

기사에서 성균관유도회 회장이 한 말이었다.

고인을 기리는 기제에는 상차림 규율이 있지만 명절 차례상은 간소히 차렸다고.

전을 부칠 필요도 없다고.

주자가례를 해석한 김장생의 가례집람에도 기름을 튀긴 음식을 올리는 게 원래 예법은 아닌 것 같다 쓰고 있다고.

과거 양반들이 신분 과시를 위해 풍성하게 차리던 차례상이 원래의 전통처럼 굳어졌다는 것.

홍동백서도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것일 뿐이라네.

기사의 마지막은 이랬다.

성균관은 명절 차례의 중심은 음식에 있는 게 아니라, 가족 간의 화목함에 있다.

하여 성균관에서 내놓은 이른바 요즘 차례상

술과 나물, 김치, 그리고 과일 4가지따뜻한 구이와 떡국까지 9가지면 끝.

이런 말을 진즉에도 했는데, 못 들었던 걸까,

아니면 이제야 하는 걸까?

시대에 밀려서 오늘에 이르러서야 이리 말하는 것일지도.

 

식구들이 모여 즐거이 차례상을 차리다.

간밤 지지고 볶고 찌고 삶았다. 못다 한 건 아침에.

두부는 옷을 입히지 않고 그냥 구워보았다. 가운데 어린 민트 한 잎씩 붙이고.

동그랑땡은 좀 넉넉히 만들어 얼려도 두었다.

이번 차례떡은 흰콩고물 시루떡으로.

떡국은 큰 대접에 말고 밥그릇에 담아 조금만. 다른 음식도 충분하였으니.

대신 고명에 더 정성을 기울여 꽃이 피듯 올리고.

술 주전자를 조금 더 편하게 따를 수 있는 것으로 바꾸고.

생선찜 고명에 푸른색으로는 지난 차례에 피망을 쓴 대신 마침 있는 부추로.

지난 발해1300호 추모제에 버섯전을 놓으니 좋았기 이번 상에도.

손님 떠나서야 잔칫상에 놓친 음식 발견하듯

좋은 곶감을 준비해두고도 냉동실에 넣어둔 걸 놓쳐 아쉬워했네.

부추전 동태전 꼬치전 두부전 동그랑땡 떡,

고기찜 버섯전 어탕 육탕 소탕 생선찜,

포 삼색나물 백김치 식혜,

대추 밤 배 사과 천혜향 과자,

차례상답게 차를 달였지만 없으면 아쉬워 술도 따랐더라.

우리는 우리 형편에 맞게 손쉬운 것들로 차렸네.

아들이 술을 따르면 아비가 받아 제상에 올렸다.

 

제상을 물리고 기름진 음식이 드문 멧골 밥상에 오랜만에들 둘러앉아 넉넉히 먹고,

방으로 자리를 옮겨 서로 맞절로 세배.

하루 하루를 잘 모셔 맑게 살아 한해를 채우기로.

 

먼 길을 한동안 떠날 거라

달골 돌며 구석구석 살피고, 학교도 교무실에서부터 두루 훑어가며 정돈하다.

저녁밥상을 물리고야 짐을 싸서 자정에 대해리를 나섰네.

 

 

2023. 7.27.나무날. 소나기 / 뜬금없는 제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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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9.29.쇠날. 살풋 흐린. 한가위 /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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