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거칠다. 봄에는 바람이 많다.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문제로 연일 뜨겁다.

지방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겠다고 내놓은 정책이지만

열어보니 알맹이는 없었다.

그렇게 영향력이 큰 문제를 사회적 논의도 없이,

정책의 세밀한 준비와 절차도 없이 툭 던져진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정작 그 정책이 의료시스템을 오히려 붕괴시키는.

행위별 수가이니 의사가 늘면 건강보험료도 늘 테고,

심화된 의료 영리화로 우리 같은 사람은 이제 더는 빅5 병원에 접근도 못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래도 수험가는 여전히 의대 지원율이 높아

그찮아도 R&D 예산이 줄어들면서 기초 과학자들이 떠나는 상황에

이공계 지원자는 더욱 줄 것.

증원한 의대생들을 가르칠 공간은, 교수는 또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거기다 필수의 지역의들이 밀려서 낙수한 이들이 치부돼버리면서,

자부심으로 현장을 잘 지켜오던 그들이 이제 무엇으로 계속 일할 수 있을지.

의사집단을 돈만 아는 벌레로 몰아붙이는 여론(정부가 만들었을)

그동안 갈라치기로 정치하는 이 정부 수준에 대한 짐작에서 조금도 빗나가지 않게 해주었다.

 

전공의를 갈아 돌아가던 대학병원이었다.

그들에 대한 처우는 더 나빠질 게 자명해 보였고,

줄줄이 사직들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의사 악마화로 여론을 몰며 어떠한 대화의 여지도 없이

강제복귀명령과 면허정지 협박으로 전공의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전공의인 아들은 거기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놓고 발언자가 되기로 작정했다.

하여 내가 외국에서 돌아오자마자(하기야 떠나 있었을 때도)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인사들로 어수선한 요즘이었다.

이때 한국에 안 계셔서 다행이에요.”

인도 머물 때, 그찮아도 아들의 이런 문자가 있었더랬네.

엊그제는,

증원 발표가 나자마자 인터넷매체에 썼던 그의 글에

시민들이(의사들이 절대적이었겠지만) 준 기사원고료가 그 매체 역대 1위를 기록하면서

인터뷰를 한 영상이 올랐다.

영동 읍내에서부터 아이를 아는 이들로부터 쏟아진 연락들.

그런 거라도 계기가 되어 오랜만에들 인사를 나눈 걸로 하자.

나라는 비탈에 섰고(말도 안 되는 정책이 지금 어디 이뿐이겠는가),

시민의 역할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 행동을 생각해보는 이즈음이다.

 

나날의 삶은 또 그것대로 계속 되나니

그는 또 그의 삶을 살고,

나는 또 나의 삶을 산다.

새 학년도 수업 준비들도 챙겨보고,

밭일이며 여기저기 보수며 물꼬 흐름을 확인하고,

작년부터 밀려있는 책과 올 해 낼 책 원고를 가늠하고.

물꼬에서 우리 늘 이야기하듯

각자 제 삶을 잘 살아내는 것이 서로를 돕는 것일. 그것이 또한 어떤 면에서 저항이기도 할.

그대들도 잘 사실 테지. 여기도 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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