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10.해날. 맑음

조회 수 384 추천 수 0 2024.04.02 23:56:24


돌이 많은 물꼬의 밭들이다.

쉬엄쉬엄 밭의 돌을 줍는다.

삼거리밭도 달골 들깨밭도.

삼거리밭은 들머리 쪽으로 모으고,

들깨밭은 남쪽 가장자리로 돌을 모은다.

그것들이 또 어느 날 돌탑이 될.

 

잘 쉬는 것에 집중하는 이번 주말.

아직 내부 수업도 외부강의도 돌아가지 않고,

무엇보다 봄이 멀어 들일 또한 서둘지 않아도 되니

이참에 푹.

인도에서 달고 온 감기가 이제야 꼬리를 떼는 중.

한 소설가의 장편을 엊그제 읽었고,

오늘은 출간 후의 인터뷰 한 줄을 보았다.

삶을 열심히 살면 넘어설 수 없는 것도 넘어서게 된다.’

제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이들이 세상을 바꾼다.

국가를 위한다는 이름난 이들이 성찰이란 걸 하는 것 같지도 않고,

건강한 일상이 사람을 단단하게 하고 세상도 결국 그리 변화시킨다.

언제는 그렇지 않았냐고?

언제나 그랬고, 그래왔듯 내일도 그럴 것이다.

별 수가 없어서도 그랬고, 그게 또 최선이기도 해서 그랬을.

오늘도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아침수행을 거른 대신 간간이 몸을 풀었더라.

 

무심도 하지.

수행하는 사람인데 한국에서 요가강의를 한 번 들어본 적도 없고

요가 책을 본 것이라고는 정통요가 책도 아닌 민족주의적 관점의 요가 책을,

그것도 30년도 더 전에 두어 권 읽은 게 전부인.

계약하고 시간만 흐르는 명상(요가와 뗄 수 없을)책을 올해는 원고를 좀 써야지 하고

얼마 전 도서관에서 참고용으로 들고 온 책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요가강사이기도 한 한 소설가가 자신의 요가 경험을 쓴 책.

요가를 하며 처음으로 자신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네.

그건 원래부터 자기 안에 존재하는 것이었다고.

뭐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 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세계와 맞서 싸우지 않아도 된다고,

존재자체로 충분하다고.

평범한 말도 삶을 관통하면 힘이 있다.

요가란 게 내 안에 있는 걸 발견하고 꺼내는 거라더군.

인도에서 처음으로 명상원(요가원이라고 했지만 명상이 더 중심인)을 갔더랬는데,

그 역시 이런 맥락이었더랬네.

내가 쓰는 명상서도 이런 결이지 않을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4 장미상가 정수기 옥영경 2004-01-06 2492
53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38 계자 옥영경 2004-01-06 2499
52 6월 6일, 미국에서 온 열 세 살 조성학 옥영경 2004-06-07 2503
51 김기선샘과 이의선샘 옥영경 2003-12-10 2515
50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545
49 경복궁 대목수 조준형샘과 그 식구들 옥영경 2003-12-26 2549
48 서울과 대구 출장기(3월 5-8일) 옥영경 2004-03-10 2567
47 똥 푸던 날, 5월 6일 옥영경 2004-05-12 2569
46 165 계자 닷샛날, 2020. 1.16.나무날. 맑음 / ‘저 너머 누가 살길래’-마고산 옥영경 2020-01-28 2574
45 7월 8일, 요구르트 아줌마 옥영경 2004-07-19 2576
44 푸른누리 다녀오다 옥영경 2004-01-29 2577
43 대동개발 주식회사 옥영경 2004-01-01 2596
42 2020. 4.13.달날. 맑음 옥영경 2020-06-15 2613
41 새 노트북컴퓨터가 생기다 옥영경 2003-12-10 2620
40 우리들의 일어샘 고가 스미코, 5월 12일 옥영경 2004-05-12 2658
39 에넥스 부엌가구 옥영경 2003-12-20 2659
38 2007. 6.23.흙날. 차츰 흐리다 저녁 창대비 / 시카고행 옥영경 2007-07-02 2675
37 입학원서 받는 풍경 - 하나 옥영경 2003-12-08 2692
36 물꼬에 사는 아이들 옥영경 2003-12-08 2739
35 물꼬 식구들 숯가마 가던 날 옥영경 2003-12-08 274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