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흔적들을 치운다.
학교아저씨는 본관 앞으로 있는 감나무와 연못 둘레의 마른 잎들을 걷고 있었다.
의대 증원 2천명으로 정부와 의료계가 대치 중이고,
그 과정에 가장 열악하게 일하던 전공의들의 사직물결이 있었고,
정부의 갈라치기는 효과를 발휘해
여론은 죽어라 그들을 욕하고 있었다.
14만 의사들 가운데 겨우 1만 4천 명 막내 전공의들인데.
전공의들 니네 노동 강도도 시간도 지나치다면서
증원하면 너들도 좋은 거 아니냐,
그런데도 반대하는 건 너들 밥그릇 줄까봐 그런 것 아니냐 한다.
아니라니까!
여태 전공의를 갈아 대학병원들이 돌아갔다.
전공의가 늘면 대학병원은 전공의의 의료환경을 개선해주는 쪽보다
값싼 전공의 둘을 쓰려 할 것이다.
정부의 정책에서 말하는 필수의와 지역의를 살릴 방안이라는 게 얼마나 속 빈 강정인지.
의사 늘어나면 밀려서 거기까지 갈 거란다.
아, 그렇다면 필수의가, 지역의가 그런 낙수과더란 말인가.
거기 일하는 이들의 자부심은 곤두박질치고 있을 것.
증원 2천 명 숫자가 도대체 과학적 근거를 지니고는 있는지
잘 따져보지도 않은 채
마구잡이로 여론은 의사 돈벌레라 욕하기 바빠
사직한 전공의들을 병원으로부터 더욱 정떨어지게 한다,
일반의, 전공의, 전문의, 전임의 구별도 하지 않고 그저 의사라고 묶어서.
누구 이야기이겠는가, 이 사태가 아니라면 의사 아들이 있는 나조차도 별 관심 없었을.
의대 6년을 졸업하고 의사국가면허시험에 합격하면 일반의가 된다.
인턴(수련의)과 레지던트(전공의; 예방의학 결핵과 가정의학과는 3년), 최근에는 그들을 통칭하여 전공의라고.
전공의를 마치면 특정분야 전문을 치료하는 면허를 따서 전문의가 된다.
전문의 취득 후 대학병원에 남아 1~2년 더 실습 및 진료병행을 하는 이들이 전임의(펠로우).
(의전원도 있지만 최근엔 거의 사라졌다지)
병역의무가 있는 남자의 경우
유급이 없더라도 길게는 16년이 걸리는 전문의 과정이라.
적어도 이번 상황에서
대학병원의 전공의에 대한 처우 만큼은 잘 드러내 주고 있다는 생각.
그저 살던 대로 살지 말 것.
선배들은 과거 더했다고들 하는데, 그 비교를 왜 옛날과 하는가?
그럴 것 같으면 옛날에 우리는 끼니도 굶었다며 젊은 것들을 비난하지 그래.
어떤 삶도 누군가를 갈아서 지탱하게 해서는 안 됨!
그런 의미에서도 전공의 사직물결을 지지한다.
그런데 현 사태를 들여다보니
거참, 정책이란 게 없는 정부라.
앞뒤 없이 툭 던지는 거다.
논의도 숙의도 없다.
전공의를 돌아오게 하려 여러 안을 던지지만 돈 때문에 떠난 게 아니니 돈만 새고 있다.
진즉 그 비용을 그들을 위해 썼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