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16.흙날. 맑음

조회 수 339 추천 수 0 2024.04.03 00:00:00


엊그제 이른 아침에 받았던 글월 하나는 이 아침에도 따라와 아리다.

찡했고, 미안했다.

어쩌자고 이 정부는 국민을 이리 내모는가.

앞뒤 없이 툭 하고 의대 증원 2천명 정책을 던지고

(그 결과는 의료 영리화와 건보료 인상과 전공의의 열악한 처우와 필수의 지역의의 절단일 텐데),

전공의들이 사직을 하고,

남은 사직하지 않은 전공의는 물론 전임의며 교수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간호사의 업무 강도도 높아졌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절대적인 여론은

떠난 이들을 헤아려보기 보다, 정책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보다,

떠난 전공의들을(의료 인력 14만 가운데 겨우 1만도 안되는) 향한 강도 높은 비난의 화살들.

떠난 이들도 엎드려 있는 것밖에 길이 없고,

남은 이도 못살 일이고,

보는 이들도 아프고,

비난하는 마음인들 어디 좋은 기운일 것인가...

 

나는 깊은 멧골의 작은 배움터의 교사이고, 한 필수의료 전공의의 엄마고,

아끼는 학생이 자라 간호사가 되었으며, 필수의료 전문의의 선배이고,

그리고 전공의가 떠난 일터에서 수면을 극복 못하고 급기야 휴가서를 낼 수밖에 없었던 벗의 친구다.

엊그제 이른 아침 응급의학과 의사인 후배의 글월이 닿았더랬다.

야간근무로 수면리듬이 깨지면서 무기력과 우울, 충동적인 말과 행동들의 반복이 잦자

그는 몇 해 전 야간 근무를 안 해도 되는 곳으로 옮겼다.

코로나 이후 병원의 배후 진료가 무너지면서

그래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할 줄 아는 게 이 뿐이라 해왔다고.

그러다 몇 주 전 전공의들이 병원을 나가고 다시 야간근무를 시작했고,

밤을 꼴딱 새고 그날 새벽 과장님께 휴가를 가야겠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못할 짓이다. 이런 시국에 말이다. 내가 빠지면 동료들이 힘들 것이지만 내가 죽을 것 같은데 어떡하겠는가.’

그의 마지막 말이 가슴을 쳤다.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응급의학과 의사라는 내게 가장 중요한 정체성을 버릴 수 있다

제발 빨리 끝나라.’

이러면 또 나간 전공의들을 욕할 것이다.

제발 의료계 막내인, 아직 도덕적 해이 범주에 있지도 않은,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그저 주 100시간을 넘게 열악하게 일했던 노예들을 욕하지 말라.

몇 억씩 버는 의사가 그들이 아니다.

화살은 이런 사태를 초래한 정부를 향해야 할 것이다.

시작했으니 해결도 거기서 해야 할 것.

어디로 돌을 던져야 할 지 좀 알고나 던지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94 1대 부엌 목지영샘, 3월 12-13일 옥영경 2004-03-14 2277
6593 KBS 현장르포 제3지대랑 옥영경 2004-03-24 2269
6592 3월 15-26일, 공연 후원할 곳들과 만남 옥영경 2004-03-24 2268
6591 [2018.1.1.해날 ~ 12.31.달날]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18-01-23 2262
6590 노래자랑 참가기 옥영경 2003-12-26 2259
6589 6월 17일, 쌀과 보리 옥영경 2004-06-20 2246
6588 '서른 즈음에 떠나는 도보여행'가 박상규샘 옥영경 2003-12-26 2244
6587 가마솥방 옥영경 2003-12-20 2241
6586 대해리 마을공동체 동회 옥영경 2003-12-26 2225
6585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224
6584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넷 옥영경 2004-04-28 2223
6583 3월 2일 예린네 오다 옥영경 2004-03-04 2211
6582 4월 10일 흙날, 아이들 이사 끝! 옥영경 2004-04-13 2209
6581 입학원서 받는 풍경 - 둘 옥영경 2003-12-20 2208
6580 3월 4일 포도농사 시작 옥영경 2004-03-04 2207
6579 6월 14일 주, 아이들 풍경 옥영경 2004-06-19 2202
6578 3월 4일 포도밭 가지치기 다음 얘기 옥영경 2004-03-09 2202
6577 2004학년도 학부모모임 길을 내다, 3월 13-14일 옥영경 2004-03-14 2194
6576 2017. 2.20.달날. 저녁답 비 / 홍상수와 이언 맥퀴언 옥영경 2017-02-23 2192
6575 6월 14일, 유선샘 난 자리에 이용주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19 219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