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이자 학부모인 샘의 문자.

2024학년도 물꼬 한해살이를 살폈던 모양이었다.

저 방금 25년까지의 한해 일정을 보았어요. 아직 먼 얘기인 것 같지만...’

올해 6학년들은 졸업식이 껴있다.

빠지기 쉽지 않을 테다.

올 겨울계자는 3주 일정이다.

겨울계자로야 예년처럼 56일이겠지만, 그 앞으로 두 주를 외가 가는 길로 잡았다.

‘3주 아닌 2주 일정으로 가면 너무 들쑥날쑥이 될까요?

아직 오래 남았지만 천천히 생각해 보시면 더 좋을 것 같아 말씀드려 놓습니다.’

덧붙이기를, ‘어떻게든 보내고 싶은 마음이 1번입니다.^^*’

어째도 왔으면 하는 마음이 또한 1번이라. 하하.

3월이라 간간이 한해살이 관련 그런 일정 문의들이 있다.

새 학년도가 시작되긴 했나 보다.

 

줄줄이 들어오는 연락들을 계속 받는다.

의대사태로 멀리서 가까이서 지인들의 연락.

집안에 의료인 하나쯤 있으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을.

그것은 구체적인 우리 하나하나의 문제이기도.

사람은 대체로 늘 예비환자이니까.

아들이 전공의 사직물결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글을 쓰고 발언하고 있다.

다들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아무래도 눈에 띌밖에.

그는 그의 삶에서 그가 할 바를 다하고 있을 게다.

머리 굵어지면 직접 어떤 말을 건네기도 어려운 게 자식이라.

요새는 언론을 통해 자식 소식을 듣고 있다.

어수선한 3월이다.

 

국수를 먹다가 영화 <파묘>(장재현 감독)를 생각했다.

풍수와 무속신앙을 다룬 오컬트. 거기에 일제잔재와 청산을 버무렸다 할까.

그러나 그런 문화를 지녔던 세대를 건너온 나로서는 그리 머나먼 이야기도 아니었던.

지관(풍수가)와 염장이와 무당과 애동제자가 파묘를 마치고

거기서 나온 기괴하고 커다란 관을 들고 근처 보국사에서 하룻밤을 청한다.

스님은 이 그들에게 내놓는 게 승소(담금주).

승소, 절집에서 국수를 이르는 말이다.

미소 짓는다 하니 스님들이 얼마나들 좋아하는지 말해주는.

글루텐이 있어 단백질 부족한 스님들이 국수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하기도.

종묘에서 제를 지낼 때 국수를 내기도 했다지.

소 돼지 양을 제물로 바칠 때 그것들을 희생이라 한다면

이 희생을 대신한 게 면생이었다고.

살생을 하지 않은 재료로 다시와 버섯이며 채소들로 국물을 내서.

옛적 국수는 몹시 귀해서 관혼상제에만 먹었다 한다.

긴 면발에 장수를 기원하는 문화. 그래서 장수면.

 

 

그리고 청년에게 보내는 짧은 글월 하나; 그대에게.

 

이제야 나도 몸을 일으키네. 매우 늦은 답글일세.

오랜 감기 끝이었고, 어깨앓이를 하고 있었으니.

 

일어는 나셨는가? 식사는 하셨는가?

마음이 아플수록 몸을 돌보아야 한다.

이부자리를 걷고,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

공부까지 하지 않더라도 움직이시기.

결국 사소한 일들이 우리를 일으킨다.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 역시 그러하듯이.

몸이 힘들면 마음이 더 힘들고

마음이 힘들면 미움도 크더라.

지쳐서 그렇지. 쉬시라.

죽을 듯이 힘드신가? 주무시라. 그리고 내일을 잘 사시라. 그러면 된다.

 

그리고 내일이 오늘로 우리 앞에 버티고 있겠지.

마주할 내일을 생각하니 까마득하신가?

괜찮다. 정작 가보면 모든 게 생각보다 그리 무섭지 않다. 아무것도 아녀.

 

흔한 말일지도 모르겠네.

아직 피지 않았다고 그대가 꽃이 아닌 게 아니다.

남들이 아직 피지 않았다고 남들이 꽃이 아닌 것도 아니다.

내가 피었다고 나만 꽃인 것도 아니다.

남들이 피었다고 내가 꽃이 아닌 것도 아니다.

우리는 모두 꽃이라!

 

오시게, 같이 밥 먹고 일하고 수행허세.

그리고 또 내일을 맞아봅시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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