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진눈깨비 잠깐 날렸더라.

그러다 마른비가 가끔 날린, 바람 많은 날이었다.

나무를 심자 하던 오전이었는데.

 

수선화가 꽃을 열었다.

학교 마당의 봄은 여기서 시작된다.

달골 아침뜨락 옴자의 수선화도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달골의 봄이 또 거기서 시작된다.

진눈깨비가 겨울을 물고 떠나고

마른비가 봄을 앞세우고 들어섰다.

 

10:30 비 끊어지자 묘목을 심기로 하였다.

황금회화 한 그루, 앵두 하나와 살구 둘, 그리고 미측백 넷.

느티나무 동그라미의 서쪽 경사지 바위축대 위로

허드렛땅에다 과실수를 심었다.

이제 아침뜨락 안으로 나무가 들어서기에는 좁을 것이다.

빈자리라면 이제 꽃들이 채울.

황금회화는 어디 들머리께 심으면 더욱 빛날 것인데,

아직 자리를 주지 못해 들깨밭 남쪽 가장자리 끝에 심었다.

머잖은 날 자기 자리다 싶은 곳에 옮겨심어주겠다. 

측백은 일종의 대기조다.

아침뜨락 울타리는 측백 133그루.

사람들한테 분양이라고 쓰고 후원이라고 읽던 바로 그 분양. 완판했던, 하하.

두어 곳에 간격이 먼 곳이 있었다.

그곳을 채우기도 하고, 혹여 병이라고 든 나무가 생긴다면 그를 대신하기도 할 거라.

 

아침뜨락 아가미길 한가운데로는 이웃 도시 도로에서 파헤쳐진 광나무를 얻었더랬다.

20196월이었다.

달골 모진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해마다 죽어나가더니 아주 성겼다.

작년엔가는 거기 사택에서 명자나무 두 그루를 옮기고, 묘목 두어 개도 꽂았더랬다.

아직 남았던 광나무는 지난겨울을 지나며 소멸 위기.

삽든 김에 하고자 한 일을 손대기로 한다.

오후에 학교 마당 서쪽 가장자리의 사철나무를 캤다.

물론 물꼬 식구들이 20년 전쯤 심었던 것들이다.

숲을 이뤄도 이룰 만한 세월이었으나...

겨울이 길고 사나운 이 멧골에서 왕성하지는 못해도 명맥을 잇고 있었다.

마침 학교울타리 마른 잡목들 사이에서 빳빳한 녹색으로 이 봄에 빛이 나고 있었던.

지느러미로 이사를 간 사철나무들.

이런 일들을 하며 3월을 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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