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20.물날. 맑음

조회 수 318 추천 수 0 2024.04.09 23:53:45


춘분이다.

설은 해의 첫날이라 시작이고,

동지는 가장 짧았던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니 작은 설이면서 또 하나의 시작.

입춘은 봄이 열리니 또 시작이고,

춘분은 밤낮의 길이가 같다가 해가 더 길어지니 참말 또 시작이라.

그저 절기 따라 살아가는 나날이 삶의 승리라는 생각.

오늘도 하루를 모신다.

 

돌밭(달골 들깨밭)에 석회고토를 뿌렸다.

석회고토 같은 석회비료는 토지개량제다.

농경지의 산성토양에 알카리를 넣어 중화시켜 흙의 성질을 좋게 하는 것.

농업경영체 등록 농가에 3년에 한 번씩 무상으로 면에서 내준다.

농작물의 생육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칼슘 마그네슘 같은 식물 영양원 공급이기도 하다.

겨울철 봄비료를 뿌리기 보름 전에 주면 좋단다.

보통 석회고토 나오는 시기가 4월이라 다른 비료와 보름 간격으로 뿌린다.

우리는 창고에 쌓아놓은 것들이 있어 그걸로.

삼거리밭은 내일 뿌리기로 한다.

 

들깨밭의 돌을 주워냈다.

비 들고 나면 흙은 씻겨가고 또 드러나는 돌.

우리는 감자라 농하며 돌을 줍고 또 줍는다.

오늘도 몇 수레를 실어내고

가장자리에 쌓았다.

그것도 탑이 되련가.

경사지 너머로 밀어뜨리든, 그대로 담처럼 되든

줍고 쌓고 줍고 쌓고.

 

지느러미길 돌담 귀퉁이도 손본다.

멧돼지들이 파고 뭉갠.

무너진 돌을 긁어내고, 다시 쌓고, 널린 돌들을 줍고 쌓고.

지느러미길 물길도 잡아준다.

멧돼지들 파고 뒤집고 밟은.

끝에서부터 도랑을 파고, 끊어진 곳을 잇고, 돌을 주워내고.

 

달골을 내려오다 삼거리밭에 들린다.

밭가 소나무 하나가 산발한 머리처럼 어지럽다.

학교아저씨가 엊그제 한 번 가지를 쳤다는데,

아직 손이 더 가야겠더라.

삼거리집에 너무 붙은 호두나무 둘도 집 쪽으로는 가지를 친다.

저녁바람이 찼다. 콧물이 연신 흘러내렸다.


해질녘 톱질을 하고 나와 저녁밥상을 차렸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54 계자 열 나흘째 1월 18일 해날 눈싸라기 옥영경 2004-01-28 1898
53 계자 열 사흘째 1월 17일 흙날 옥영경 2004-01-28 1782
52 계자 열 이틀째 1월 16일 쇠날 옥영경 2004-01-17 2304
51 계자 열 하루째 1월 15일 나무날 옥영경 2004-01-16 2138
50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269
49 계자 아홉쨋날 1월 13일 불날 옥영경 2004-01-15 1778
48 계자 여덟쨋날 1월 12일 달날 옥영경 2004-01-13 1821
47 계자 일곱쨋날 1월 11일 옥영경 2004-01-12 2129
46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525
45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202
44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214
43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157
42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075
41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087
40 계자 둘쨋날 1월 6일 옥영경 2004-01-07 2096
39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38 계자 옥영경 2004-01-06 2472
38 장미상가 정수기 옥영경 2004-01-06 2474
37 지금은 마사토가 오는 중 옥영경 2004-01-06 2201
36 박득현님 옥영경 2004-01-06 1788
35 새해맞이 산행기-정월 초하루, 초이틀 옥영경 2004-01-03 232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