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20.물날. 맑음

조회 수 363 추천 수 0 2024.04.09 23:53:45


춘분이다.

설은 해의 첫날이라 시작이고,

동지는 가장 짧았던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니 작은 설이면서 또 하나의 시작.

입춘은 봄이 열리니 또 시작이고,

춘분은 밤낮의 길이가 같다가 해가 더 길어지니 참말 또 시작이라.

그저 절기 따라 살아가는 나날이 삶의 승리라는 생각.

오늘도 하루를 모신다.

 

돌밭(달골 들깨밭)에 석회고토를 뿌렸다.

석회고토 같은 석회비료는 토지개량제다.

농경지의 산성토양에 알카리를 넣어 중화시켜 흙의 성질을 좋게 하는 것.

농업경영체 등록 농가에 3년에 한 번씩 무상으로 면에서 내준다.

농작물의 생육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칼슘 마그네슘 같은 식물 영양원 공급이기도 하다.

겨울철 봄비료를 뿌리기 보름 전에 주면 좋단다.

보통 석회고토 나오는 시기가 4월이라 다른 비료와 보름 간격으로 뿌린다.

우리는 창고에 쌓아놓은 것들이 있어 그걸로.

삼거리밭은 내일 뿌리기로 한다.

 

들깨밭의 돌을 주워냈다.

비 들고 나면 흙은 씻겨가고 또 드러나는 돌.

우리는 감자라 농하며 돌을 줍고 또 줍는다.

오늘도 몇 수레를 실어내고

가장자리에 쌓았다.

그것도 탑이 되련가.

경사지 너머로 밀어뜨리든, 그대로 담처럼 되든

줍고 쌓고 줍고 쌓고.

 

지느러미길 돌담 귀퉁이도 손본다.

멧돼지들이 파고 뭉갠.

무너진 돌을 긁어내고, 다시 쌓고, 널린 돌들을 줍고 쌓고.

지느러미길 물길도 잡아준다.

멧돼지들 파고 뒤집고 밟은.

끝에서부터 도랑을 파고, 끊어진 곳을 잇고, 돌을 주워내고.

 

달골을 내려오다 삼거리밭에 들린다.

밭가 소나무 하나가 산발한 머리처럼 어지럽다.

학교아저씨가 엊그제 한 번 가지를 쳤다는데,

아직 손이 더 가야겠더라.

삼거리집에 너무 붙은 호두나무 둘도 집 쪽으로는 가지를 친다.

저녁바람이 찼다. 콧물이 연신 흘러내렸다.


해질녘 톱질을 하고 나와 저녁밥상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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